울산·전주 재보선 완패 김기현, '국회의원 30명 축소'로 국면 전환

입력
2023.04.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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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년 앞 4·5 재보선서 초라한 성적표
비윤계 "당 노선 조속히 다시 정상화해야"
김기현 "물의 시 공천 불이익" 기강 잡기
'의원 30명 축소'엔 野 "국면 전환용" 비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의원 정수 30인 축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는 10일부터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한 전원위원회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의원정수 축소를 주장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선 국면 전환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열린 4·5 재·보궐선거에서 텃밭인 울산에서도 야당에 패하는 등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데다 지도부의 잇단 실언으로 대표 취임 후 1달째 이어지고 있는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시각이다.

텃밭 패배 등에 커지는 내년 총선 우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과정의 '해당 행위' 보고를 받고 정운천 의원(비례대표)에 대한 인사조치 여부를 논의했다. 지도부는 전주을 당협위원장인 정 의원이 이번 재선거 출마를 번복하고, 김경민 후보의 선거운동에 차질을 빚게 한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당내에선 정 의원이 전북도당위원장과 전주을 당협위원장에서 자진사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인사조치는 4·5 재보선 결과와 맞닿아 있다. 전주을 재선거에 나선 김경민 후보는 8.0%의 득표율로 6명의 후보 중 5위에 그쳤다. 전주을은 2016년 총선에서 정운천 의원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곳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음에도 참패한 것이다. 김 대표가 선거운동 기간 전주를 두 차례 찾아 지원사격에 나선 게 무색할 정도다.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울산 남구 나'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신상현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고, 울산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성향의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5개 시·도에서 열린 미니 선거였지만, 총선을 1년 앞두고 민심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당장 비윤석열계에서는 김기현 대표 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기초의원 선거이지만 울산 남구에서 보수 후보가 1대 1 상황에서 패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당 노선을 조속히 다시 정상화해서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웅 의원은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결과에 대해 "모든 것은 우리 탓인데 국민 탓, 언론 탓, 여론조사 탓을 한다"며 "최고위원들은 망언과 실언을 쏟아내고도 남 탓뿐이다. 지도부는 그런 망언들에 아무런 제지도 못 한다"고 꼬집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블로그에 "더불어민주당이 무공천한 지역구에서, 집권여당 후보가 얻은 8%라는 처참한 결과는 호남 국민의힘이 2020년 황교안 체제 수준으로 돌아가버렸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 의원에 대한 인사조치뿐 아니라 민심과 괴리된 발언을 한 김재원·조수진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향해 경고장을 날리며 기강잡기에 나섰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시각 이후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당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격하게 행사하겠다"며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사람에 대해서는 차후 자격 평가 시 벌점을 매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 윤리위원회의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국회의원 30명 감축" vs 野 "위기 모면용" "아무 말 대잔치"

김 대표는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전원위원회 논의에서 의원수를 감축하는 것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본다"며 '국회의원 정수 감축' 카드도 꺼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헌법에서 국회의원 수를 '200인 이상'이라고 명시한 점 △최근 여론조사에서 의원정수 감축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제안이 호응을 얻을지는 불투명하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비례대표를 축소하고, 내년 총선에 (지역구 의원) 자연감소분이 있다"며 "이런 걸 감안해 정수를 줄이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례대표 의석을 중심으로 줄이되, 인구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구 의석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감축은 '비례성 확보'라는 선거제 개혁 취지와 어긋나는 데다, 지역구 감축도 현역의원들의 저항이 크다.

야당은 김 대표의 주장을 '국면 전환용'으로 평가절하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정수가 마치 약방의 감초인 양 꺼내 쓰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렇게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모습은 결코 국민에게 박수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의석 수를 줄인다는 것은 이미 가진 자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일"이라며 "위기를 모면하겠답시고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모습이 이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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