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회사인 AMD와 손잡고 고성능 게임 환경을 지원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개발한다. 이를 통해 직접 만든 모바일 AP 엑시노스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삼성전자는 AMD와 차세대 고성능·저전력 그래픽 설계자산(IP)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AMD의 초저전력·고성능 GPU인 라데온 그래픽 설계 자산을 바탕으로 만드는 차세대 그래픽 솔루션을 엑시노스 라인업까지 적용한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반도체로 중앙처리장치(CPU)·GPU·메모리·통신모뎀·이미지센서 등을 모두 담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AP 성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는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경쟁에서 밀려 힘겨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신제품을 출시할 때 국내와 유럽 출시 모델에서는 엑시노스를, 미국 등 해외 모델은 스냅드래곤을 섞어서 넣었다. 하지만 최근 스냅드래곤 채택 비중이 점점 줄어들다가 갤럭시S23에서는 아예 퀄컴 제품만 썼다. 요즘 고객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으로 게임하기에 얼마나 좋은 성능을 지녔는지를 꼽는데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 대비 약점을 보인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만 해도 삼성전자는 AP시장에서 14%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7%로 5위까지 내려갔다. 그사이 중저가 AP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한 대만 미디어텍은 35%로 1위로 올라섰고, 퀄컴은 31%로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AMD 손을 잡고 지난해 스냅드래곤 2200 모델을 시작으로 AMD와 모바일용 GPU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에 엑시노스의 성공은 AP를 개발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우선 내년 출시하는 갤럭시S24에 신제품 엑시노스2400이 얼마나 들어가는지가 관건이다. 갤럭시 제품에 탑재할 AP를 선정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입장에서는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과 경쟁할 수준으로 성장해야 퀄컴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역시 안정적으로 엑시노스의 물량을 받아야 최신 공정에서 TSMC를 추격할 수 있다. 퀄컴의 경우 지난해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에 이어 차기 모델까지 TSMC에 맡겼다.
삼성전자는 AMD와 협력 대상을 모바일 외 제품으로도 늘릴 계획도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반 차량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를 만들고 있는 만큼 AMD의 기술이 접목될 가능성이 있다. 자율주행 시대에 필요한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협력이 기대된다.
이석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AMD와 함께 모바일 그래픽 기술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며 "저전력 솔루션 설계 노하우와 경쟁력으로 차별화한 모바일 그래픽 솔루션을 꾸준히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