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는 제가 첫 챔피언으로 기록돼 있지만, 제 골프 인생에는 이 대회가 많은 ‘최초’를 남긴 대회로 기록돼 있어요. 그래서 꼭 타이틀 방어를 하고 싶어요.”
13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파72·6,652야드)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2회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을 앞두고 지난달 22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박지영(27·한국토지신탁)은 타이틀 방어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초대 여왕’ 타이틀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골프 인생에서 가져보지 못했던 몇 가지 기록을 이 대회를 통해 달성했기 때문이다. 박지영은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은 제 골프 인생에서 최저타수를 친 대회이기도 하고, 생애 처음으로 우승한 4라운드 대회이기도 하다. 또 나흘동안 선두를 뺏기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도 처음 해본 대회다”라고 밝혔다.
박지영은 지난해 4월 제1회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첫날 버디 9개를 잡아내는 등 8언더파로 시작해 나흘 내내 선두를 뺏기지 않고 최종 18언더파 270타(64-68-69-69)를 쳐 우승을 했다. 2위 이채은과는 6타 차가 날 정도의 독주였다.
2015년 투어에 입성해 통산 5승을 거둔 박지영이지만 나흘 짜리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이 유일하다. 특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자신의 실력을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큰 성과물이었다. 그는 “선수들 사이에서 4일짜리 대회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진짜 실력이라고 인정을 해주는 분위기가 있다”며 “그래서 나흘 동안 우승을 하고 싶은 간절함과 부담감이 컸는데 우승 후 엄청 많은 축하를 받았다”고 떠올렸다.
당시 박지영은 나흘 내내 마음먹은 대로 골프가 됐다고 한다. 페럼클럽이 선수들 사이에서도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코스지만 박지영만은 홀로 다른 코스에 공을 치는 듯했다. 박지영은 “페럼클럽은 언덕이나 경사를 이용하는 것 없이 정확하게 쳐야 되는 코스인데, 정확하게 친다고 해서 그린이 잘 받아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매번 퍼팅이나 쇼트 게임에서 스코어가 좌우된다”면서 “그런데 작년에는 샷과 퍼트 감이 너무 좋았다. 특히 나흘 동안의 퍼트감은 작년 한 해를 통틀어서 제일 좋았다. 생각하는 대로 뭐든지 다 잘됐다”고 돌아봤다.
생애 최초 기록을 쏟아냈지만 박지영은 이후 오랜 ‘우승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우승 이후 3연속 톱10과 2차례 준우승 등 생애 첫 다승이 잡힐 듯했지만 전반기 오버페이스로 방전이 되고 말았다. 박지영은 “우승 이후 체력적으로 너무 힘이 들었다. 나흘 내내 1등을 처음 하다 보니 부담이 컸고, 간절함이 컸다”면서 “근데 이 대회 이후에도 계속 잘 되니까 더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매 대회 다 쏟다 보니 결국 체력이 버텨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박지영은 시즌 1승과 함께 상금 순위 8위(7억2,509만 원)에 올랐음에도 지난 시즌 스스로에게 70점밖에 주지 않았다. 그는 “매년 아쉬운 게 많은데 작년은 특히 더 그랬다”며 “체력적으로 조금만 더 잘 분배했더라면 몇 승을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박지영은 지난해 11월 시즌이 끝난 뒤 친구와의 짧은 여행 외에는 훈련장으로 향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태국에서의 6주간 전지훈련 동안 부족하다고 느끼는 쇼트 게임과 체력 강화 훈련에 집중했다. 박지영은 “그동안 연습하면서 올해가 가장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감이 좋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가 주변 지인들에게 농담처럼 하던 ‘좋은 감’은 시즌 초 곧바로 실체를 드러냈다. 2023시즌 개막전인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총상금 110만 싱가포르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낙뢰로 경기가 2라운드로 축소되는 행운이 따르기는 했지만 박지영이 말했던 ‘좋은 감’만큼은 확실했다. 그는 이틀 동안 11언더파를 쳤다.
박지영은 올해 국내 대회에서 3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서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은 제 골프 인생에서 많은 최초 기록을 경험한 대회이니 꼭 우승을 하고 싶고, 코스가 어렵기로 소문난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해 내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며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도 우승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