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세입자 보호를 위해 경매 시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금액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전세사기로 당장 경매에 들어간 세입자는 혜택을 못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이 바뀌기 전 계약이 만료된 탓이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2월 우선변제 대상 보증금과 우선변제액 한도를 기존보다 각각 1,500만 원, 500만 원 상향했다. 서울 기준 보증금 1억6,000만 원 이하로 계약한 세입자는 최대 5,500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세입자 방어권 강화 차원이다.
국회도 개선에 나섰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세입자가 받을 수 있는 변제액 상한을 현행 주택가액(낙찰금액)의 2분의 1에서 3분의 2로 높이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문제는 전세 계약이 법 개정 이전에 끝난 세입자에겐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개정안이 시행될 때까지 계약이 유지돼야만 바뀐 법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 후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를 신청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서울에서 2021년 1월 보증금 1억6,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했다가 만기인 2023년 1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A씨가 경매를 신청해 현재 진행 중이어도 우선변제권 확대 대상이 될 수 없다. 개정안 시행일(2월 21일) 전에 계약이 끝났기 때문이다. 법이 2, 3년에 한 번씩 총 11차례 바뀐 탓에 세입자는 만기일 기준으로 법을 따져야 한다.
게다가 집에 근저당이 잡혀 있다면 근저당권 날짜 기준으로 법이 적용된다. 세입자가 2022년 임대차 계약을 했어도, 2013년 은행이 집을 담보로 대출해 준 게 있다면 그때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임차인이 계약 전 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를 꼼꼼히 봐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소급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전 것까지 소급 적용하는 건 위헌이거니와 우선변제금이 계속 올라가면 당시 기준을 고려해 돈을 빌려준 채권자(근저당권자)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도 고심했던 부분이지만 법리상 개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확대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소급 적용은 어려울 수 있으나, 피해자를 최대한 구제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 법안 부칙에 넣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