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전직 경제부처 공무원은 소위 MZ세대 공무원들의 민간기업 이직 러시를 개탄했다. 세종에 살아야 하니까, 박봉인데 공무원연금까지 줄어서, 소신껏 일할 풍토가 안 돼서, 고위직에 오르면 3년 취업제한에 묶여서 등등 이유를 줄줄 열거했다. 끝내는 ‘라떼는 말이야’를 소환하며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에 혀를 쯧쯧 찼다.
공무원 인기는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일단 지원자가 줄었다. 올해 9급 국가공무원 공채 지원자는 작년보다 4만 명 넘게 줄었다. 경쟁률은 31년 만에 최저치다. 5급 행정고시도 비슷하다. 지원자가 2000년 이후 가장 적다.
어렵게 관문을 통과해 놓고 민간으로 이직하는 이들도 늘었다. 공무원 일반퇴직(의원면직)이 2017년 9,167명이었는데, 2021년에는 1만5,720명이다. 특히 MZ세대가 많이 떠난다. 30대(35.5%)와 20대(19.8%)를 합치면 거의 60%에 육박한다.
이직 행렬은 더 이어질 듯하다. 한국행정연구원이 공직생활실태조사를 했더니, 기회가 된다면 이직 의향이 있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한 중앙 부처 및 광역지자체 공무원이 45.2%였단다. 1년 전 조사에서는 33.5%였고, 더 거슬러 올라가 2017년 조사에서는 28.0%였다. 관련 기사나 칼럼들은 대체로 시들해진 공무원 인기를 안타까워하거나 처우 개선 등의 대책을 촉구한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정말 개탄스러운 일인가. 이들이 공무원 사회를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는 게 옳은 방향인가. 추이를 보지 말고, 절대적인 숫자를 보자. 9급 공무원 지원자가 많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12만 명이 넘는다. 경쟁률이 추락했다고 하는데 22.8대 1이다. 22명 중에 1명만 간신히 좁은 문을 통과해 9급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5급 행정고시 경쟁률(35.3대 1)은 이보다 높다. 게다가 민간기업에서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기회가 되면 이직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게 외려 이상하지 않은가.
9급 공무원 경쟁률이 100대 1에 육박(2011년 93대 1)했던 때가 비정상이어도 한참 비정상이었다. 한 경제연구원은 공시족 급증에 따른 사회적 손실이 17조 원이 넘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가 2017년 방한에서 서울 노량진 ‘공시촌’을 둘러보고는 “청년들이 도전하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신흥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겠나”라고 일갈했을까.
공직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겐 미안한 얘기이지만, 아무리 똑똑한 이들도 공무원 사회에 편입되는 순간 틀에 박힌 사고를 강요받는다. 서랍 속 먼지 가득한 대책만 들척이고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규제 양산에 골몰하는 게 현실이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창의성보다는 안정성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공직사회 성격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겠다. 정치적 정책 결정이 공무원의 영혼 없음을 강요하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인사혁신처가 얼마 전 개방직 공모 대상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민간에서 이동한 개방직 공무원이 엄청난 메기 역할을 했다는 얘기를 별로 들어본 적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아직 한참 멀었다. 공시생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야 하고, 민간 이직도 더 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활력을 가지려면 민간 영역에, 그것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 우수 인재들이 몰려야 한다. 너도나도 성형외과 의사가 되겠다고 하고, 정년까지 일해 공무원연금을 받겠다고 하는 사회에서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의 진짜 위기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 젊은 세대의 공무원 기피를 안타까워할 것이 아니라 더 권장하는 게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