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는 광주를 찾아 5·18 유족들에게 사죄하고 아직도 많은 비자금이 있다고 폭로한 행위를, 가족 중 오직 자신의 어머니만 응원한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침실 벽에 현금이 가득한 돈가방이 많아, 손님들에게 100만 원 또는 1,000만 원 단위로 줬다고 공개했다.
전우원씨는 4일 밤 KBS1TV '더 라이브' 방송에서 '지난달 31일 광주를 찾은 일에 대한 가족들 반응'을 묻는 질문에 "유일하게 어머니께서만 '자랑스럽다, 정말 수고했다'고 말했을 뿐 아버지 전재용씨, 할머니 이순자씨 등 한국으로 오라던 가족들은 다 연락을 해도 안 받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에게 (협박성 또는 압박성) 전화가 많이 온다"는 사실도 알렸다.
어릴 적 5·18 관련 이야기를 들었는지에 대해선 "정말 제가 의아하다고 생각한 부분"이라며 "저희 가족들은 5·18 관련된 대화를 일체 나누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제가 물어봤을 땐 답변을 회피하거나 '감히 이런 질문을 (하나)' 이런 분위기였다"고 기억했다.
할아버지(전두환 전 대통령)가 5·18 유혈진압과 희생자 유족에 끝내 사과하지 않고 눈을 감은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수치스럽고 죄송하다"며 "최소한 제가 할 도리로 사죄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전두환씨는 어떤 할아버지였나'라고 묻자 우원씨는 "할아버지는 안타깝게도 정말 따뜻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신격화받는 존재, 모든 분들이 잘 보이려는 존재, 어떻게든 잘 보여서 조금이라도 더 상속을 받거나 용돈을 받으려는 그런 존재였다"고 답했다. 이어 "(자신에게도) 따뜻한 할아버지가 아니라 부모님이 시켜서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고 강제적으로 애교를 떨어야 되고 그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나회 등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고 항상 (할아버지가) 돈 봉투를 나눠주는 게 관례였다"며 액수는 "(어머니가 말하길) 1,000만 원 단위로도 주고 100만 원 단위로도 줬다"고 회상했다. 심지어는 "가족들이 일요일마다 관례적으로 배드민턴을 칠 때, 가족과 지인들에게 가르쳐주려 오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돈을 줬다"고 떠올렸다.
현금 출처에 대해선 "침실 벽에 돈 봉투가 가득 담긴 가방들이 여러 개가 있었다. 그런 게 항상 많았다"며 침실벽 등에 숨겨 놓았다고 말했다. 이런 비자금은 "항상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가족의 구성원인, 큰아버지 전재국씨에게 가장 많이 갔을 것"이라며 "사업을 가장 많이 하고 재판할 때도 다 큰아버지가 맡아서 했다"고 전했다.
편안하게 사는 대신 가족 비판과 폭로로 힘든 길에 나선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돈으로 인해서 붙어 있던 가족이라 추징금이나 비자금 관련 조사로 돈이 없어지면서 다 뿔뿔이 흩어졌다"며 "저도 어떻게 보면 전재용씨가 재혼을 해 버려진 아들 같은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이런 길로 접어들게 한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다만 "저는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을 다 사랑한다"면서도 "비자금을 세탁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고 부인하는 것은 다른 죄악이라, 객관적으로 보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가족들에게 "저의 용기를 보고 정의를 따라 양심고백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자신의 폭로가 검찰 수사나 미납 추징금 추가 징수로 이어져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저희 가족은 굉장히 치밀하고 지금까지 한번도 법의 심판을 받은 적이 없어 지금 조사한다고 해서 나올 수 있을까"라며 "(저의 폭로가) 얼마나 열매를 맺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