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자금 마련 방법을 두고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한 달여 전 출시된 정책금융인 특례보금자리론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두고 갈등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소득 제한도 없어 많은 수요자가 몰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암초를 만났죠.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 하단이 지난달 31일 기준 3%대로 낮아진 것입니다. 현재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금리(4.15~4.45%)보다 낮습니다. 저소득 청년 등은 최저 3.25% 이자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충족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게다가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이달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동결하면서, 일부 수요자 사이에서 '금리 경쟁력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정부가 '이자 장사'를 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은행 주담대와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 책정 기준은 다르기 때문이죠. 혼합형 주담대의 지표는 은행채 5년물 금리로, 4일 기준 3.903%였습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1월 30일 대비 0.13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반면 특례보금자리론의 지표인 국고채 5년물 금리(4일 기준 3.247%)는 같은 기간 되레 0.012%포인트 올랐습니다. 대출을 위한 자금 조달 비용에서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금융당국이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닙니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직전 금리를 0.5%포인트 추가로 낮추기도 했거든요. 주금공 관계자는 "2월 국고채 금리가 크게 올랐지만, 출시 초기이고 실수요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당분간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여전해 시장금리 역시 크게 낮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은행 주담대와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격차가 더 커질 요인이 많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책금융상품 금리 진폭은 시중은행 금리보다 훨씬 안정적이어야 된다"며 "조달금리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흔들리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합니다.
금리가 소폭 높다는 이유로 특례보금자리론의 매력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가장 큰 매력 포인트입니다. 은행 주담대의 경우 대출잔액이 1억 원 초과 시 DSR 40%가 적용돼 소득과 기존 대출 등 모두 따져가며 대출 가능액을 산출해야 하는데, 특례보금자리론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