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대룡시장에서 고성 금강산까지... '평화의 길' 11개 코스 다시 열린다

입력
2023.04.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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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 10개 지자체 ‘DMZ 평화의 길’ 탐방 21일부터 운영

남북 간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평화를 향한 길은 계속된다. 정부가 21일부터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인근의 생태문화와 역사자원을 돌아보는 ‘DMZ 평화의 길 테마노선(이하 테마노선)’ 관광을 재개한다.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행이다. 2019년과 2021년 일부 코스에서 시범 실시한 DMZ 관광은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테마노선은 인천 강화, 경기 김포·고양·파주·연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비무장지대와 접한 10개 지자체 11개 코스다. 참여자의 안전과 야생 동식물 보호를 위해 대부분 차량으로 이동하되, 일부 구간은 직접 걸으며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분단의 아픔을 돌아볼 수 있게 구성됐다.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해설사나 안내요원이 동행해 접경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천혜의 자연과 숨어 있는 유적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

강화 코스에는 옛 군사시설인 돈대와 대룡시장이 포함돼 있다. 교동도 대룡시장은 황해도 연백군에서 피란 온 실향민들이 고향의 '연백장'을 그대로 본따서 만든 시장이다. 골목 곳곳에 있는 벽화와 조형물, 오래된 간판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포토존이다.


김포 코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서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합류하는 조강(祖江)과 북한의 선전마을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1978년 설치된 애기봉전망대를 철거한 자리에 평화생태전시관, 조강전망대, 생태탐방로를 조성해 새롭게 단장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건축물과 주변의 자연경관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해발 154m 애기봉은 병자호란 때 평양감사와 기녀 ‘애기’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서린 곳이다. 한국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날이 좋으면 드넓은 한강 건너편으로 북한 개풍군 들판과 개성 송악산까지 조망된다.

고양 코스에는 장항습지와 행주산성, 파주 코스에는 임진각과 도라전망대 등 대표 평화 관광지가 포함된다. 연천에서는 삼국시대부터 군사 요충지였던 호로고루와 고랑포구역사공원을 둘러본다.


강원 철원 코스에는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인 백마고지 전적지가 포함돼 있다. 당시 중공군이 5만5,000발, 우리 군이 22만 발의 포탄을 퍼부어 지형마저 바뀌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백마가 누워 있는 것과 흡사해 붙여진 지명이다. 철원읍 대마리에 위치한 해발 395m의 이름 없는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국군과 중공군은 열흘간 12차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고지 주인이 24번 바뀌었고, 양측 사망자는 2만여 명에 달했다.

화천 코스에서는 가곡 ‘비목’의 배경인 백암산을 케이블카로 오른다. 지난해 개통한 백암산 케이블카는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한 케이블카이자 가장 높이(1,178m) 오르는 케이블카다. 오랫동안 민간인 출입이 금지돼 왔던 만큼 청정한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기도 하다. 양구 코스에는 두타연이 포함된다. 비무장지대 원시림과 맑은 계곡이 숨어 있는 곳으로, 옛 금강산 가는 길 입구까지 걸을 수 있다. 인제 코스에서는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수 있고, 고성 코스에서는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금강과 금강산을 먼발치에서 조망할 수 있다.


‘DMZ 평화의 길’ 관광은 지자체에 따라 운영 요일과 횟수가 다르고, 회당 참가 인원은 20명으로 제한된다. ‘평화의 길’ 홈페이지(dmzwalk.com)나 걷기여행 모바일 앱 ‘두루누비’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 1만 원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특산품 등으로 환급할 예정이다.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