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관광, 있는 것도 제대로 못 쓰는데 박물관 온다고 달라질까...

입력
2023.04.04 04:30
1월 결정 호수공사...4월에도 미착공
"관광객 시민 위한 적극행정 아쉬워"
경복궁 민속박물관 세종 이전 확정
행정 안 바뀌면 고급자원 '무용지물'

세종시가 ‘노잼 도시’ 허물을 못 벗고 있다. 금강과 국내 최대 규모 호수공원 등 우수한 관광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자원의 적극적인 이용을 요구하는 시민 목소리에도 행정편의주의적 태도로 일관하는 탓이다. ‘세종=재미없는 도시’ 이미지가 꽃 피는 봄에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봄 왔는데... 호수 물 공급은 언제쯤

2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 뒤쪽의 중앙호수공원 산책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소형 인공호수 ‘청음지’가 하얀 자갈 바닥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청음지는 금강에서 끌어온 물이 상류의 행복폭포–푸른뜰 근린공원–계곡을 거쳐 중앙호수공원으로 흘러가기 전 잠시 머무는 곳이다. 청주에서 친구 10여 명과 호수공원을 찾았다는 한 70대 남성은 “호수공원이 볼만하고 주변도 걷기가 좋아 다시 왔는데, 올해는 보니 땡볕인 데다 호수 물이 없어 너무 심심했다”며 “노인이 이럴진대 젊은 사람은 오죽할까 싶다”고 말했다. 이때쯤이면 청음지로 연결된 계곡물 소리가 수백 미터 밖에서 들리고, 청음지에서 중앙공원 호수로 떨어지는 청음폭포 주변에선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문제는 전국 각지에서 찾는 관광객은 물론, 인근 정부세종청사 근무 공무원, 세종 시민은 이곳에서 물을 보려면 6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1월에 인공폭포인 청음폭포에서 누수가 발견됐고, 해빙기 안전 진단을 마친 뒤에서야 공사를 시작했다”며 “그렇지 않아도 문의가 많아 공사 완료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안내 현수막에는 3월부터 공사에 착공해 6월에 용수를 공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3일 현재 청음폭포에선 그 어떤 공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호수로 아침 운동을 나온다는 한 시민은 “1월에 문제를 발견했다면 바로 공사를 해서 3월 말엔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며 “행락객들이 이렇게 찾고 있는데, 세종시가 너무 안일하고, 일을 보는 공무원의 감도 너무 떨어진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이 같은 행정편의주의적 행태는 세종 안에서도 볼거리 없고, 즐길 거리 부족한 지역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4생활권 삼성천에 설치된 음악분수가 한 예다. 한 주민은 “마을이 하도 황량해서 좀 일찍 가동되면 좋겠다 싶어 조기 가동을 문의했는데 ‘지금은 가동 시기가 아니다’란 답만 받았다”고 말했다.

곳곳에 훌륭한 관광 인프라, 그러나...

세종예술의전당 인근 도시상징광장에 설치된 원형 바닥 분수대 주변으로 유리 펜스가 설치된 것도 소극행정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세종시 관계자는 “LH가 분수대를 설치할 때부터 일정 수준의 수질을 담보하는 물놀이형 수경시설로 만들지 않았다”며 “깨끗하지 않은 물에 아이들이 놀면 위험하기 때문에 들어가지 못 하도록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상징광장 음악분수대도 같은 이유로 아이들이 뛰놀 수 없는 분수다. 해당 바닥분수 사정을 잘 아는 시의회 관계자는 “물을 갈아주면 물놀이형 시설로 쓸 수 있고, 분수대는 가동되지 않는 시간이 훨씬 많은데 유리 펜스를 설치한 것은 어떤 측면에선 더 위험한 일”이라며 “해결 방법을 찾기보다는 아예 막아버리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보유한 관광 자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세종시는 최근 ‘세계적 명품 문화관광도시’를 향한 구상을 발표했다. 서울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의 이전지로 세종중앙공원 인근의 박물관 단지가 낙점된 데 따른 것으로, 세종시를 충청권 관광의 핵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2025년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앞두고 있는 세종시는 이후에도 2027년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와 세계대학경기대회(WUGㆍ옛 유니버시아드대회), 2028년 국회세종의사당 설치 등을 앞두고 있어 관광도시로서의 매력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금강, 이응다리, 호수공원 등 뛰어난 관광자원과 사통팔달의 '국토 중심' 입지에도 불구하고 세종시가 '노잼 도시' 오명을 벗지 못한다면 행정수도도 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며 "민속박물관까지 들어서면 동북아 최대의 박물관 단지가 되는 만큼, 치밀하게 준비해 충청권 관광의 핵심지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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