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반발에 '공매도 재개' 선회... 이복현 "검토 어려워"

입력
2023.04.03 16:49
"연내 재개 가능성" 언급 닷새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내 공매도 재개 가능성을 밝힌 지 닷새 만에 "검토조차 꺼내기 어렵다"고 입장을 바꿨다.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는 개인투자자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3일 DGB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간담회가 끝나고 취재진에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완화 없이는 공매도 전면 재개는 검토 대상조차 되기 어렵다"며 "기준금리 인하 등 금융시장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쉽사리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꺼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연내 공매도 재개에 무게를 뒀던 앞선 발언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공개된 금융 전문 미디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몇 달 안에 해소가 된다면 연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한국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분명히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매도 재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며칠 만에 '시기상조'로 입장이 바뀐 셈이다. 그는 "차입 기관 합리화나 접근성 개선 등 조치를 먼저 시행해보고, 3개월 혹은 6개월 후 전문가와 시장 참여자, 개인 투자자의 의견을 듣고난 뒤 본격적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를 언젠가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은 다수가 공감할 것이나 시기와 방법은 여러 불확실성이 있어서 계속 보고 있고, 정상화 전에 분명히 시장 전문가들과 충분한 의견을 듣고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식 급락을 막기 위해 2020년 3월부터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2021년 5월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 금지가 해제된 상태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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