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은 대구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점포가 4,000개, 상인은 2만 명이 넘는다. 전신인 대구장은 조선시대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전국 3대 장터 중 하나였다. 지금의 위치(중구 달성로)에 자리 잡은 게 1922년. 한때 대구를 ‘섬유산업 메카’로 만드는 중추 역할을 했고, 지금은 주단∙포목은 물론 건어물∙해산물∙청과∙그릇 그리고 먹거리 좌판까지 없는 게 없다. 지난 1일 100주년을 맞았다.
□서문시장은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보수의 성지’다. 역대 보수 대통령들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직선제 개헌 직후인 1987년 방문해 “보통 사람 ‘노태우’를 불러달라”고 했다. 대구 출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던 2004년,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그리고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직이 위태롭던 2016년까지 위기 순간마다 찾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07년 손수제비 가게를 운영하던 할머니에게 용돈 3만 원을 건네받고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해 화제가 됐다.
□그중에서도 서문시장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게 윤석열 대통령이다. 주말인 1일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문시장 100주년 맞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정치를 시작한 후 여섯 번째, 대선 후보 시절부터는 네 번째다. 김 여사 혼자 방문한 적도 있다. 윤 대통령은 방문 때마다 운집한 지지층을 향해 “대구는 정치적 고향”(대선 전날) “권력은 서문시장에서 나오는 것 같다”(당선인 신분) “서문시장 생각하면 힘이 난다”(1일) 등 러브콜을 보냈다.
□윤 대통령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가 ‘서문시장 바라기’ 행보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SNS에 “과도하게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치중한다”며 “대구 서문시장을 네 번이나 방문한 것은 그 상징적인 예”라고 했다. 실제 올 들어 지역 방문의 절반이 영남권이다. 서문시장을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하지만 공교롭게도 대구시는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했다. 이럴 거면 서문시장이 아니라 대형마트를 찾아야 한다는 푸념도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