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치원 특성화교육비, 남으면 다른 업무에 사용 가능”

입력
2023.04.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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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이 부당 인출 자금에 회수·반환 명령
불복소송 제기... 2심 "회수·반환 모두 적법"
대법 "반환 없이 유치원 운영에 사용 가능"

사립유치원에서 쓰고 남은 특성화교육비를 학부모에게 모두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유치원 운영자인 A씨가 서울시교육감의 특성화교육비 회수 및 반환 처분에 불복해 낸 취소소송에서 "교육청의 회수·반환 처분은 정당했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시교육청이 2019년 A씨가 운영하는 유치원을 감사한 결과, 학부모들에게 특성화교육비 명목으로 받은 14억 원이 한 교회로 인출된 사실이 파악됐다. 교육청은 이에 2019년 8월 14억 원을 유치원 회계로 환수하고 이를 모두 학부모들에게 돌려줄 것을 명령했다. A씨 유치원은 교육청에 보고한 교비 계좌 외에도 특성화교육비 수납용으로 원장 개인 명의 계좌를 별도 관리했다. A씨는 교육청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가 교회로 인출한 유치원 자금을 환수해야 한다고 봤지만 2심은 이에 더해 유치원 계좌로 회수한 자금을 모두 학부모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특성화교육비를 과다하게 산정해 오랜 기간 잉여금을 남겼고, 학부모들이 실제 납부해야 할 특성화교육비보다 더 많은 금액을 내게 했다"며 "학부모들을 기망해 부당하게 징수한 금원을 원래 소유자에게 원상 복구하는 반환 명령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남은 특성화교육비를 학부모에게 반환해야 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가 특성화교육비를 징수하면서 오로지 특성화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에만 지출될 것으로 기망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잉여금을 교비회계로 편입해 이를 유치원 인건비나 교육에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019년 12월에도 유치원 운영자가 학부모들로부터 특성화교육비 명목으로 받은 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경우 이를 유치원 회계로 회수하는 것을 넘어 학부모들에게 반환해야 할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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