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호크(Black Hawk, 1767~1838)는 북미 평원 인디언들의 미시시피 서쪽 이주(추방)에 항거해 연방군과 사실상 마지막 전쟁(블랙호크전쟁)을 벌인 일리노이주 사우크(Sauk)족 지도자다. 그는 부족 토지 매각에 반발하며 퇴거를 거부,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한 1,100여 명을 이끌고 1832년 4월 6일 전투를 시작해 4개월여 동안 버티며 연방군의 오금을 저리게 했다.
당시 이미 환갑을 훌쩍 넘긴 노전사는, 다른 전사 부족들의 동조를 얻지 못한 채 전술적 열세와 굶주림, 질병으로 결국 패배했다. 테일러와 링컨 등 훗날 미국 대통령이 된 2명과 미래의 주지사 10여 명이 군인으로 참전했던 그 전쟁에서 인디언 전사들은 마지막 전투(Bad Axe battle)에서 학살되듯 희생됐다. 원주민 희생자는 450~600명, 연방군은 민병대 포함 77명이었다.
그의 패배로 미국의 서부 확장에 대한 원주민의 무력 저항은 사실상 끝났고, 미시시피강 동쪽은 모두 백인의 땅이 됐다. 연방군은 전쟁의 뼈아픈 경험을 계기로 1833년 기병대를 창설했다.
포로가 된 블랙호크는 워싱턴D.C.와 볼티모어, 메릴랜드, 필라델피아, 뉴욕 등 동부 주요 도시를 '손님'처럼 순회해야 했다. 신생 독립국 미국의 위력 시범이자 회유책이었던 그 순회에서 그는 앤드루 잭슨 당시 대통령을 예방하고, 여러 작가를 만나 일대기를 구술하고, 초상화의 모델이 됐다. 인디언 전투를 경험한 적 없는 동부 시민들은 그의 위엄에 열광하며 동정과 존경을 표하곤 했고, 그 정서가 훗날 원주민에 대한 ‘고귀한 야만’이라는 신화의 거름이 됐다.
그는 아이오와에 정착한 자신의 부족 보호구역에서, 연방 정부에 토지를 판 ‘배신자’ 부족장 밑에서 조용히 만년을 보냈다. 그의 이름은 1979년 등장한 미 육군 다목적 전술 헬기 ‘UH-60’의 애칭으로 부활했다(7일 자에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