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가슴에 대못질"… 제주4·3추념식장서 극우단체 집회 놓고 충돌

입력
2023.04.03 10:03
서북청년단, 4·3평화공원 집회 신고
시민사회단체, 차량 가로막고 대치

제75주년 제주4ㆍ3사건 추념식 장소에서 3일 아침부터 집회를 예고한 극우단체와 이를 저지하려는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4ㆍ3단체들이 충돌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쯤 서북청년단 소속 회원들이 제주4·3평화공원 앞에서 집회를 하기 위해 하차를 시도했고, 민주노총 제주본부 관계자와 제주대 총학생회 등이 가로막았다. 경찰은 충돌 조짐이 일자 서북청년단 회원들이 탄 차량을 에워쌌다. 하지만 이날 오전 8시 10분쯤 제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추념식 날에 무슨 짓이냐”며 서북청년단 차량 쪽으로 몰리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서북청년단은 70여 년 전 4ㆍ3 당시 ‘토벌대’로 불리며 수많은 제주도민 학살에 관여한 단체로 악명을 떨쳤다. 이들은 “4·3은 남로당(남조선노동당)의 대한민국 건국 방해를 목적으로 한 무장폭동”이라고 주장하면서 추념식에 맞춰 4ㆍ3평화공원 입구에 집회를 신고했다. 그러자 민주노총도 집회를 저지하려 맞불집회를 예고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 “학살테러집단 서북청년단을 자임하는 극우단체가 추념식 장소에 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내놓은 ‘제주4ㆍ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보면, 1947년 3월 1일부터 이듬해 4월 3일까지 발생한 소요사태와 1954년 9월 21일까지 일어난 무력충돌 및 진압과정에서 최대 3만 명(정부 추산)에 이르는 제주도민들이 희생됐다. 1947년 3월 1일 28주년 3ㆍ1절 기념식 직후 벌어진 가두시위에서 군정경찰의 발포로 주민 6명이 숨진 사건이 도화선이 됐고, 이어진 민관 총파업과 서북청년단 등을 동원한 군정경찰의 토벌 작전이 4ㆍ3으로 이어졌다.

제주=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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