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법인세 등의 국세가 연초에만 전년 대비 15조 원 넘게 덜 걷히면서 올해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20조 원 모자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수 부족으로 꺼지고 있는 경기를 되살릴 방법인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는 더욱 쓰기 어렵게 됐다.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긴 하나, 윤석열 정부가 나랏빚 증가에 부정적이라 여의치 않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국세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조7,000억 원 적은 54조2,000억 원이다. 만약 3월부터 연말까지 딱 지난해만큼 세금이 들어오면 연간 국세 수입은 380조2,000억 원이 된다. 정부가 당초 예측한 올해 국세 수입 400조5,000억 원보다 20조3,000억 원 덜 걷히는 셈이다.
연초부터 발생한 세수 부족은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부진에서 비롯한다. 집값 및 주가 하락 여파로 1~2월 누적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 포함) 수입만 전년 대비 5조1,000억 원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회복 차원에서 2021년 정부가 미뤄준 세금이 지난해 초 워낙 많이 걷힌 데 따른 기저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세수 부진은 올해 지속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당장 소득세, 부가가치세와 함께 국세 수입 규모가 큰 법인세 전망이 어둡다. 지난달 말 법인세 신고를 마친 주요 기업의 실적이 지난해 4분기 경기 하락과 맞물려 악화했기 때문이다.
역대급 부동산 공시가격 하락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감소 역시 국세 수입을 제약한다. 지난해 4분기 기업 실적 악화, 공시가 급락은 정부가 올해 국세 수입 전망치를 내놓은 지난해 8월 말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문제는 세수가 모자랄수록 경기 하강을 만회할 재원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세수가 넉넉하면 정부는 추경 또는 이듬해 예산을 여유 있게 짤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역대 최대 규모인 62조 원 추경이 가능했던 배경엔 50조 원 넘게 더 걷힌 세수가 있었다.
거꾸로 올해는 세수 상황이 지난해와 정반대라 추경을 거론하기 쉽지 않다. 경제가 정부 예측과 달리 하반기에도 어려울 경우, 경기 부양 정책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올해 국세 수입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 내년 세수 전망치 418조8,000억 원을 낮춰 잡아야 할 가능성도 커진다.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경기 회복 마중물인 내년 예산안(지출)을 더욱 조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최후의 수단은 있다. 세수처럼 나라 살림에 쓸 수 있는 재원인 국채 발행이다. 하지만 나랏빚을 내지 않고 재정을 최대한 아껴 쓰겠다고 선언한 윤석열 정부로선 피하고 싶은 선택지다. 국채를 발행하려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법인세·종부세 감세 등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여력이 있는 대기업, 자산가, 고소득층에 세금을 더 걷어 경기 개선에 사용해야 하나 현 정부는 정반대 정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