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다음 달 미국 국빈 방문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공연은 대통령의 방미 행사 일정에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지목한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공연'은 윤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추진됐던 한국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와 미국 팝 가수 레이디 가가의 합동공연으로, 해당 공연은 최종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30여 자의 짧은 언론 공지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미 백악관은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때 합동공연을 제안했는데,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러면서 다음 달 말 바이든 대통령 부부 초청 국빈 만찬이나 뉴욕 카네기홀 등에서 공연을 개최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그러나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이 미국 측 제안에 대해 최소 5차례 이상 답변을 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은 이달 초 외교부 측을 통해 보고를 받은 뒤 양측 간 협의 재개를 지시했지만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보름 동안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에 이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 전 실장도 지난 29일 자진 사퇴한 배경에는 해당 공연 등을 포함한 보고 누락과 소통 부재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대통령실은 이에 함구하면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공연 비용을 우리에게 부담하라고 제안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자 공식 부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일정이 아닌데 비용 얘기까지 불거지는 건 상대국에 결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 누락에 따른 일정 조율이 뒤늦게 시작된 데다가 언론에 공개된 이후 외교적 부담이 커지자 공연을 하지 않는 쪽으로 매듭짓는 모양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방일 기간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제한 폐기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일본 보도에 대해서도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일은 없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전날에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기간 중 일본 측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검증, 그 과정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3가지 조건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