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가 한 달 새 1%포인트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가 내리며 시중은행과 예금 유치 경쟁이 완화한 데다, 수익성 관리를 위해 은행 입장에선 '부채'인 예금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4.14%로 집계됐다. 전월 5.2%에서 급강하하며, 내림폭(1.06%포인트)이 2009년 2월(1.42%포인트) 이후 14년 만에 가장 가팔랐다. 반면 대출 금리(12.83%)는 0.34%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신협,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다른 비은행금융기관도 대출 금리(-0.13~0.01%포인트) 변동폭에 비해 예금 금리 하락폭(-0.32~0.49%포인트)이 더 컸다. 상호금융 대출은 오히려 0.01%포인트 소폭 상승했는데, "자체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역시 수신 금리 하락폭이 더 컸다. 지난달 은행 저축성 수신 금리(3.54%)는 시장 금리가 내리고 수신 경쟁도 줄어들면서 전월 대비 0.2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대출 금리(5.32%)는 지표금리(코픽스, 시장금리) 하락, 은행의 가산·우대금리 조정에도 0.14%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그 결과 예대금리차(1.78%포인트)는 2개월 연속 확대됐다.
한은은 "금리 수준이 낮은 단기예금(1년 미만)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신 금리 평균이 대출 금리 대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시장금리가 내리자 언제든 예금보다 더 좋은 투자처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뜻이다. 반면 대출은 기업·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단기대출 비중이 줄었다.
가계대출만 보면 금리(5.22%) 하락폭이 0.25%포인트로 수신 금리와 차이가 적었다. 신용대출 금리가 0.66%포인트 대폭 줄면서 5개월 만에 6%대에 진입한 영향이 컸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 하락폭은 0.02%포인트에 불과했다. "취급 비중이 큰 혼합형(5년 고정→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은행채 5년물) 내림폭이 대폭 축소됐고, 금리 3% 후반의 안심전환대출에서 4%대 초중반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정책 모기지 대표 상품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혼합형 및 고정금리 전세대출 취급 증가로 가계 고정금리 비중은 48.3%를 기록, 202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가파른 금리 상승에 대응해 고정금리 비중은 9월(24%)부터 6개월 연속 오름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