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23분, 서울 27분, 경북 39분'.
교통사고로 극심한 신체 손상을 입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문제는 매년 이송 시간이 늘어나는 점이다. 구급대원의 즉각적인 응급조치로 늦어지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일부 지역은 의료 접근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점차 늦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015~2020년 중증외상 통계를 30일 발표했다. 119구급대가 이송한 중증손상 및 다수사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 및 시·도 단위의 통계다.
6년간 발생한 중증외상 환자는 4만8,953명으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0년 소폭 감소했다. 2020년 중증외상 환자 수는 8,435명이었다. 남성(2020년 기준 6,190명) 환자가 70% 이상으로, 여성(2,245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중증외상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연 4,000명 이상으로, 2020년 기준 54.5%가 사망했다. 살았다고 해도 중증외상 생존자 중 62.8%는 장애를, 25.4%는 중증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했다. 치명률(사망)은 2019년(52.2%)까지 꾸준히 줄었지만, 2020년 54.5%로 상승했다.
사고 발생 이후 응급의료기관까지 이송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전국 평균 32분이었다. 2016년(26분)과 비교하면 6분 더 늦어졌다. 의료 서비스가 가장 좋은 서울도 27분으로, 4년 전보다 6분 더 늘어났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급대원의 대응 역량이 커지면서 사고 현장에서 응급 처치한 뒤 센터로 이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북, 강원 등 의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은 외상센터까지 40분 가까이 걸렸다. 가장 오래 걸리는 지역은 경북과 세종으로 39분이나 소요됐다. 경북은 4년 전보다 8분 더 늦어졌다. 세종은 외상센터가 단 1곳으로, 대전과 충북 센터까지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강원에서도 센터 도착까지 38분 걸렸다. 가장 짧은 곳은 광주(23분)였고, 대전은 24분이었다.
이송 기관 비율은 권역외상센터가 37.3%로 가장 높았다. 2015년에는 5%로 가장 낮았지만, 5년 사이 6배 이상 뛰었다. 질병청은 "매년 권역외상센터 개소 수가 증가한 점을 고려해도 이송 비율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2018년까지 가장 높았던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020년 31.3%로 권역외상센터보다 낮아졌다.
2020년 기준 중증외상의 주요 원인은 운수사고가 53.5%로 가장 높았고, 추락 및 미끄러짐(38.9%)이 그 뒤를 이었다. 운수사고 비율은 2017년 이후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높다. 반면 추락 및 미끄러짐은 점차 늘고 있다.
발생 장소는 도로 및 도로 외 교통시설이 51.6%로 가장 많았고, 집·주거시설이 20.1%로 뒤를 이었다. 시도별 환자 발생률은 전남이 34.1명으로 가장 높고 서울이 8.9명으로 가장 낮았다. 제주는 31.3명으로 전남의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