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측, 우리은행 연결 대가 200억 대장동 땅·건물 요구"

입력
2023.03.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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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PF 대가 정황 확보
"양재식 변호사가 요구해 약속" 진술도 확보
실제 우리은행 대장동 우선협상대상자 되기도
박영수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 당해 참담"

박영수(71) 전 특별검사 측이 대장동 개발 공모 이전 단계에서 우리은행을 컨소시엄에 참여토록 대장동 일당과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200억 원 상당을 요구한 구체적인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특검은 2014년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 대장동 일당이 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우리은행 간부들과 정영학 회계사 등을 연결해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청탁을 들어주며 거액의 대가를 받기로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가 기재됐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박 전 특검과 함께 우리은행과의 실무에 관여한 양재식 변호사가 대장동 관계자에게 200억 원대 대장동 땅과 건물을 줄 것을 요구하고 약속받은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 변호사가 대장동 일당에게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것이냐"는 취지로 먼저 요구했고, 이후 '200억 약속'을 받자 박 전 특검에게 이를 보고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양 변호사는 2014년 10월과 11월 무렵 정 회계사와 함께 우리은행 간부 등과 수차례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한 회의를 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 정식 공모가 나기 전이지만 검찰은 당시 대장동 일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 그룹과 유착해 사업자로 내정된 상태였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015년 3월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수사팀은 우리은행의 대장동 사업 관련 협약 서류 등도 확보했다. 이 대표의 배임 등 혐의 공소장에는 "정 회계사는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PF 대출 담당 금융기관을 물색하면서 남욱 변호사의 변호인이자 우리은행 그룹 사외이사로서 의장이던 박 전 특검을 통해 우리은행 부행장 등을 접촉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박 전 특검과 양 변호사의 개입 단서는 '정영학 녹취록'에도 나온다. 2014년 11월 정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 간 대화 녹취록에서 정 회계사는 "우리은행이 여하튼 '신의 한수'" "우리은행은 정말 다행인 게, 큰 사이즈라서 고검장님(박 전 특검) 안 계셨으면, 아유 힘들어"라고 했다. 정 회계사는 우리은행 관련 현안을 얘기하며 "'신의 한수'는 양 변호사님"이라고도 했다. 박 전 특검과 공범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양 변호사는 2014년 박 전 특검이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대장동 일당과 수시로 사업 논의를 했다. 그는 박 전 특검이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 특검으로 임명되면서 특검보로 발탁돼 박 전 특검을 보좌했다.

다만, 최종적으론 우리은행은 빠지고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에 참여했다. 도시개발사업 대출을 금지하는 우리은행 내부 규정이 걸림돌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해당 규정 때문이면 애초 대장동 일당과 우리은행 실무자 간 논의 테이블을 마련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자본금 1,000만 원을 빌려주는 등 관여해왔다. 대장동 일당이 사업자로 선정된 2015년 4월 박 전 특검의 계좌에서 김만배씨 계좌로 5억 원이 입금되기도 했다. 김씨와 박 전 특검은 5억 원을 박 전 특검 인척이자 분양대행업자인 이기성씨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은 또 특검 활동 직전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서 연간 2억 원을 받았다. 박 전 특검 딸은 화천대유에서 일하던 2019년 9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11억 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받았다. 박 전 특검 측은 연이율 4.6%에 3년 기한의 정상적 대출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딸은 미분양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 원의 차익을 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올해 1월 김만배씨의 대장동 수익금 은닉 수사 중에 박 전 특검 딸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박 전 특검은 지난해 11월 '가짜 수산업자'에게 렌터카 제공과 수산물 등으로 336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 전 특검 측은 이날 "영장 기재 범죄사실은 전혀 사실 무근으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관련자들의 회피적이고 근거 없는 진술에 기반한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 참담할 뿐"이라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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