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거부권 수순... 쌀 과잉 근본 해법 내야

입력
2023.03.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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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첫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수순을 밟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양곡법이 “우리 농업을 파탄으로 몰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 쌀 산업의 발전과 농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이날 정부와 당정협의회를 갖고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신중해야 하지만 이번엔 국회가 자초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개정 양곡법은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정부의 쌀 수매를 의무화(쌀 생산이 수요를 3~5% 이상 초과하거나 가격이 전년보다 5~8% 이상 하락할 경우)한 것인데, 쌀 공급 과잉을 계속 악화시킬 것이란 문제가 있다. 쌀 소비가 계속 줄어드는 현실에서 수매 의무화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농민단체들도 이 법에 입장이 엇갈리는 이유다.

그런데도 국회의 논의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다양한 의견 수렴과 절충이 필요한데도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법안을 직회부해 통과시켰다. 국민의힘도 대안을 내고 협상하는 노력을 보이지는 않고 표결 때 퇴장해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쉬운 길을 택했다. 국회가 이런 식으로 타협에 실패하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정부는 내달 4일 국무회의에서 재의 요구를 의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법을 재의결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해프닝으로 끝낼 일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양곡법의 폐해를 강조하고 시행을 막은 것에 만족할 게 아니라 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농업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쌀 재배지를 줄이고 작물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이 이미 시행 중이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구조조정을 이뤄내도록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