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 간부의 억대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건설사의 수사 무마 청탁과 관련해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송창진)는 이달 중순 'D건설사 분식회계 의혹' 수사 담당자였던 서울경찰청 소속 경감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이날 A씨 자택과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A씨가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경무관 김모씨에게서 건설사 이모 회장의 일부 혐의를 빼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실행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올해 초까지 금융범죄수사대에서 근무하며 D사의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담당했다. 지난해 1월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해 4월 D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 수사에 압박을 느낀 이 회장이 지난해 5~6월 김씨를 수차례 만나 수사 무마 대가로 3억 원 상당을 건네기로 약속했고, 이 중 1억2,000만 원을 실제로 건넸다는 게 공수처 판단이다. 공수처는 김씨가 친분이 있던 수사 담당자 A씨에게 청탁 내용을 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는 "방금 경찰 전화를 받았다" "경찰이 (분식회계 대신) 배임 쪽으로 더 포커스를 맞추는 것 같다"는 이 회장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을 통해 수사 내용이 유출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경찰은 1년여간의 수사를 마치고 이 회장 등 D사 임직원 3명을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분식회계 혐의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제외했다. 분식회계 의혹을 최초 고발한 시민단체는 "로비에 의한 부실수사다. 반드시 재수사가 필요하다"며 최근 검찰에 이 회장을 추가 고발했다.
공수처는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A씨는 공수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보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