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북한 퍼주기 중단하라... 핵 개발 추진하면 1원도 못 줘"

입력
2023.03.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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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북한인권보고서도 공개키로
"인도적 협력은 계속" 입장 불변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통일부는 앞으로 북한 퍼주기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 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는 단돈 1원도 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라”고도 했다. 북한이 이날 핵탄두를 전격 공개하고 핵무기 대량생산 방침을 밝히는 등 갈수록 '대남 핵위협' 강도를 끌어올리는 데 대응한 메시지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 인권보고서 발간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이같이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북한의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은 정치·군사적 고려 없이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통일부는 이날 윤 대통령의 '단돈 1원' 발언과 관련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은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생중계로 진행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이번에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한다”며 “북한 주민의 처참한 인권 유린의 실상이 국제사회에 낱낱이 드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만간 북한인권법에 근거한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인권보고서와 관련해 권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북한 인권의 실상을 공개하는 것은 국가안보에도 매우 중요하다. 국가의 정당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의 인권ㆍ정치ㆍ경제 등 사회적 실상을 다양한 루트로 조사해서 국내외에 알리는 것이 안보와 통일의 핵심적 로드맵”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북한인권법이 실질적으로 이행돼야 할 것”이라며 “내일부터 시작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현재 진행 중인 유엔인권이사회를 계기로 북한 인권 실상이 국제사회에 널리 공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부뿐 아니라 교육부 등을 포함한 정부 각 부처는 이번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북한 인권의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를 언급하며 “유가족들이 일본에는 사과하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 자식을 죽인 북한에 대해서는 사과하라는 얘기를 왜 안 하느냐고 하소연을 했는데, 이런 시각이 보편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정 3년 차인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해야 할 일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면서도 세금이 한 푼도 낭비되지 않도록 강력한 재정혁신을 추진해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와 동일하게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내년에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국방, 법치와 같은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미래 성장 기반과 고용 창출 역량을 제고하며, 약자 복지를 강화하는 데 충분한 재정 지출을 할 것”이라며 “회계와 자금 집행이 불투명한 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 인기 영합적 현금 살포, 사용처가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 등 부당한 재정 누수 요인을 철저히 틀어막고 복지 전달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어제 내각에 당정협의 강화를 지시한 바 있다”며 “당은 내각과 달리 선거를 치르는 조직이기 때문에 국민 여론에 그만큼 민감하고 국민 여론을 다양한 방식으로 흡수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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