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3사, 은행권 '메기' 역할로 3마리 토끼 잡아야"

입력
2023.03.27 17:00
'인터넷은행 5주년 기념토론회'
"혁신성, 포용성, 건전성 잡아야"

‘은행 과점체제 해소’가 금융당국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경쟁을 촉진할 ‘메기’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들 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완화 요구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넷은행 5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고 향후 과제 등을 논의했다. 기조 연설자로 나선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은행 산업을 완전경쟁에 가까운 형태로 재편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소수의 차별화하지 않은 신규 은행을 추가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결국 인터넷은행 역할을 강화해 은행업 혁신을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금통위원이 당부한 건 기존 은행과의 차별화다. 비슷한 형태로 영업하면 다른 은행들에 혁신과 비용 절감을 압박하려는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이유다. 특히 “중·저신용자, 혁신산업 대출 등 기존 은행 산업에서 소외됐던 고객 대상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1년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규제가 도입된 이후 3사는 매년 할당된 목표를 채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중금리 대출 취급을 늘려왔다.

학계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은행권 경쟁과 소비자 편익 증진에 기여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중·저신용자만의 특화 은행이 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언급하며 “인터넷은행도 ‘모바일런’ 예방을 위해 예금보험 상한을 올리고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유연하게 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여은정 중앙대 교수도 “청년·서민금융 역할 등으로 프레임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업계도 부쩍 규제 완화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3사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유례없는 금리 상승기 은행권의 금리 경쟁 유도를 위해 중·저신용대출 잔액 목표를 재조정해달라”는 업권 건의를 전달했다. 지난해 9월까지 0.44%였던 인터넷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이 연말 0.63%까지 치솟는 등 자산건전성이 악화하고 있고, 5대 은행과의 경쟁에서도 여전히 열위에 있다는 토로다.

정부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도입 취지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일축했다. 대출 비중 완화 대신 건전성과 부실 관리를 강화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도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인터넷은행이 은행권 메기로서 경쟁 촉진과 디지털 혁신, 상생금융 확산 등 도입 취지를 꾸준히 달성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 역시 “인터넷은행이 혁신성과 포용성, 건전성 등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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