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용기

입력
2023.03.27 21:00
25면
대니 샤피로 지음,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편집자주

'문송하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건 인문학적 교양입니다. '문송'의 세계에서 인문학의 보루로 남은 동네책방 주인들이 독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사장님, 글도 쓰세요?"

"아니요. 글은 안 써요."

"에이, 사장님 SNS에 글 쓰잖아요!"

"아… 그것도 글 쓰는 거라고 할 수 있나요…?"

종종 글 쓰냐는 손님의 물음에 머쓱하게 웃어넘기기만 한다.

부끄럽다. 내가 쓰는 건 그냥 일기 같은 거니까.

책을 가까이하는 직업인 만큼 매일 수많은 글을 읽는다. 읽는 시간이 쌓일수록 작가를 경외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도 모르게 '글은 이렇게 잘 쓰는 사람들이 쓰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 잡았고 그 기준에 내 글은 부합하지 않는다 생각했다. 좋은 글을 읽는 날이 늘어날수록 내 글이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내 안에도, 잘 쓴 글 못 쓴 글 평가받을까 봐 두려운 마음이 있었나 보다. 몇 달 전, 지금처럼 기고 의뢰받고 스트레스에 허우적거리다가 한 책을 발견했다. 바로, 대니 샤피로의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라는 책이다.

"글을 쓰는 삶이란 용기와 인내, 끈기, 공감, 열린 마음, 그리고 거절당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꺼이 혼자 있겠다는 의지도 필요하다. 자신에게 상냥해야 하고, 가리개 없이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고, 사람들이 보는 것을 관찰하고 버텨야 하고, 절제하는 동시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기꺼이 실패해야 한다."

초반부터 마음을 울리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글을 쓰는 것은 원래 고독하고 외롭고 힘들고 어려운 과정임'을 알려준다. 바로 좋은 글과 문장이 써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 조금 부끄러웠다.

"우리 작가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느라 나날을 소모한다. 빈 종이가(아니면 화면이) 있고, 원고에 단어들을 기입하는 다사다난한 마법의 과정이 있다."

그리고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만 가지면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 글을 쓰는 태도, 글을 쓰는 시간, 그 과정 속 희로애락까지 화려한 포장지로 감싸지 않은 솔직한 작가의 마음과 일상이 담겨 있다. 글의 소재가 되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 글을 오래 쓴 작가도 한자리에 앉아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알게 되자 글쓰기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었다.

책을 통해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 글을 쓰는 것은 화려한 글솜씨를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숨어 있는 내면을 만나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내 언어를 펼쳐 놓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녀는 자라서 언어를 찾을 것이다. 언어를 찾는 것. 우리가 바라는 건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 사회가 원하는 것,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것에 익숙하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가 어느 순간 공허함과 허무함을 마주하며 인생이 무료해진다. '재미있는 것 없나?' 또 밖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어쩌면 나는 익숙한 사회의 언어만 읽고 쓰면서 내 안에 언어를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나는 작가를 경외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용기를 부러워했다. 깊게 나를 만나는 것이 두려워 '부끄러움'이라는 감정 뒤에 숨어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며 '그래. 겁내지 말고 계속 써 보자!'라고 다짐했다.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만나는 목적을 가지고 말이다.

나처럼 글로써 만나고 싶다면, 하지만 자꾸 머뭇거려진다면,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글이 자꾸 비교된다면 꼭 읽어 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 또한 용기를 내어 글을 써 보길. 감정 뒤에 숨지 말고 과감하게 내 생각을 밖으로 꺼내 보길. 분명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무수한 순간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하루가 다채로워질 것이다. 그 순간이 모여 당신의 단어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그 단어가 다른 누군가에게 닿아 위로되기도 하고, 용기로 자리 잡는 기적을 경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