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의 한 '아마존 고'(Amazon Go) 매장을 찾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운영하는 무인 편의점 중 하나인 이곳은 이달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매장 앞에는 폐점 계획이 적힌 알림판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매장 안은 이미 영업이 중단됐다고 해도 믿을 만큼 한산했다. 진열대 곳곳이 비워져 있었고,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취식 공간도 폐쇄됐다. 음료를 사러 들렀다는 한 남성은 "팬데믹 때부터 이런 상태여서 폐점 소식이 놀랍지 않다"며 "근처 회사에 다니지만 동료들 중에서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아마존은 이 매장을 포함해 뉴욕, 시애틀 등에 있는 8개의 아마존 고 매장을 이달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해고, 버지니아주 제2 본사 공사 중단에 이은 비용 절감 노력의 일환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운영 중인 4개 매장을 모두 닫는다. 2018년 첫 등장 당시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로 주목 받던 아마존 고가 혁신의 상징 샌프란시스코에서 4년 여 만에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아마존 고는 완전 무인을 표방한 상점으로 2018년 1월 시애틀 아마존 본사 인근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가게 입장부터 파격적이었다.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입구에서 아마존 애플리케이션(앱) 안에 있는 아마존 고 입장용 QR코드를 찍고 들어간다. 또 원하는 물건을 골라 나가면, 자동으로 물건 가격이 스캔 처리되어 비용이 앱으로 자동 청구된다. 당연히 계산대는 없다.
아마존 고에서는 매장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가 천장 위에 달린 수십 대의 인공지능(AI) 카메라에 의해 모니터링된다. 카메라가 찍을 수 없도록 물건을 몰래 주머니에 넣어 갖고 나가도 여지 없이 비용이 청구된다. 아마존 고가 혁신 매장으로 각광 받은 이유다. 세계 언론은 이런 매장이 일자리의 빠른 소멸을 가져올 것이라 우려했다.
그랬던 아마존 고가 가게를 뺄 처지가 된 것에는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팬데믹 기간 오프라인 쇼핑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데 이어 물가 상승, 경기 침체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아마존 고뿐 아니라 많은 소매점들이 타격을 입었다. 미국 대형마트 월마트와 타겟도 각각 7개, 4개 매장 폐쇄를 예고한 상태다. 미국판 더 선(The Sun)에 따르면 올해 내 폐점이 예고된 매장이 미국 전역에 1,4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아마존 고의 퇴장을 유통업 전반의 불황 때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신기함' 이상을 소비자에게 보여주지 못한 게 근본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아마존은 기술에만 너무 집중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아마존 고의 장점은 결제를 위해 줄 설 필요 없이 제품을 집어서 바로 들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의 닐 사운더스 전무이사는 "소비자들은 멋진 기술이 있다고 해서 쇼핑을 하진 않는다"며 "(무인 매장이)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