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 주가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시작으로 크레디트 스위스(CS) 등 은행권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금융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도이체방크까지 옮겨 붙은 모양새다. 하지만 독일 당국을 포함해 전문가들은 "CS 사태와는 다르다"며 도이체방크로 위기가 번질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도이체방크는 전날보다 8.53% 하락 마감했다. 장중 15%나 폭락했지만, 막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다소 줄였다. SVB 파산 사태가 일어난 지난 10일 이후 주가는 26%나 급락한 상태다.
도이체방크 주가가 급격한 하락 곡선을 그린 건 부도 위험이 치솟아서다. 도이체방크 신용부도스와프(CDS·5년물 은행채) 프리미엄은 이날 220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25일 현재 소폭 내린 상태다. 지난 10일만 해도 100bp를 밑돌았던 걸 감안하면 2주 사이 2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건 해당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스위스 1위 은행 UBS의 CS 인수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은행 위기론'이 도이체방크로 번진 결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 커진 금융위기 불안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도이체방크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와 상당한 규모의 파생상품 계약 규모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의 경우 위기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게 금융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재무 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CS의 수순을 따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오토노머스의 스튜어트 그레이엄과 레오나 리 연구원은 "도이체방크는 제2의 CS가 아니다"라며 "자본과 유동성, 수익성이 견조하다"고 말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2019년 이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재정비 등 변화 노력으로 재정 상황을 안정화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60% 증가한 56억6,000만 유로로, 2007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파산 직전까지 갔던 CS와는 체질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최근 도이체방크 위기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숄츠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 이후 인터뷰에서 "도이체방크는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조직하고 현대화했다"며 "매우 수익성이 높은 은행인 만큼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