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증상 없는 ‘위암’, 젊은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입력
2023.03.25 08:00
[고려대 구로병원이 알려주는 건강 정보] 장유진 고려대 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초기 위암의 80% 이상은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이 생겨도 위궤양이나 위염 등의 증상이어서 간과하기 쉽다. 초기 위암은 내시경적 절제나 수술 치료만으로도 완치한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하다가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만큼 조기 발견ㆍ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장유진 고려대 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에게 위암에 대해 물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위암을 의심할 수 있나.

“위암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속 쓰림이나 더부룩한 소화불량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을 호소할 때가 많다. 3~4기까지 진행된 뒤에야 구토하거나 배가 쉽게 부르며 고형식을 먹기 힘들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에는 체중이 감소하고 식욕이 없고 쉽게 피곤해진다. 암에서 피가 나는 경우 검은 변과 토혈, 이로 인한 빈혈이 나타날 수도 있다.”

-위암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위암 발병 원인은 과도한 염분 섭취ㆍ아질산염 나트륨 섭취ㆍ흡연 같은 환경적 영향ㆍ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ㆍ유전적 경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발병률이 2배 이상 높다. 하지만 여성은 특정한 세포 형태의 위암 발병이 높아 여성호르몬이 위암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위암 발생이 서구보다 많은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장 소금 섭취량인 5g을 훌쩍 뛰어넘는 성인 소금 섭취량(하루 평균 12.5g)과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의 식생활이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병기에 따른 치료법은.

“위암 병기(病期)는 1~4기로 나눈다. 각 병기는 조금 더 복잡하게 세분화돼 있다. 통상적으로 초기 위암이라 부르는 1기 위암 중 암이 점막층에 국한돼 있고 분화도가 좋고 궤양이 없으며 크기가 작으면 위를 잘라내지 않고 내시경적 점막하절제술(ESD)로 치료한다.

내시경적 점막절제술로 치료가 가능한 10%의 환자를 제외하고 80%가량의 환자는 위암 표준 치료인 위 절제와 주위 림프절 절제를 시행한다. 이때 위 절제 범위는 암 위치에 따라 정해지는데, 동반 장기 절제가 필요할 때를 제외하면 복강경 절제술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은 기존 개복(開腹) 수술과 같은 범위의 위와 림프절 절제를 할 수 있으면서 복부 상처가 작아 통증이 적고 회복 기간이 짧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수술 기구 개발과 발전, 수술 술기(術技) 발달로 진행성 위암도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을 점차 대체하고 있다.

위암 수술 후 2기 이상으로 진단되면 수술 후 항암 치료가 표준 치료법이다. 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국가건강검진 등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위암 환자 중 10% 정도는 진단 당시 수술로 완치가 불가능한 4기 위암이다.

이때 위암으로 인해 식사할 수 없거나, 출혈로 인해 위 절제가 필요할 때를 제외하면 표준 치료로 항암 치료를 받는다.”

-위암 치료는 어디까지 발전했나.

“위암에 대한 새로운 항암 치료제 개발과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4기 위암과 재발 위암 치료가 많이 발전했다. 표적항암제를 비롯해 면역항암제가 1차 치료제로 허가됐다.

이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어서 많은 외과 의사들이 진단 시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를 항암 치료 후에 수술하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 3기 환자에게 수술 전 항암 요법을 먼저 시행한 후 수술한 경우에 치료 성적이 더 향상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해당 환자군에 대한 ‘선행항암화학요법’의 승인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위암 환자 표준 치료법의 변화가 기대된다.

특히 위암 재발의 가장 많은 형태이며 기존 항암제 효과가 크지 않았던 복막파종 환자의 경우 복강 내 항암제 투약을 통해 호전하려는 많은 연구가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젊은 위암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암 발병이 점차 젊은 연령층으로 확대되는 원인으로는 불규칙한 식습관과 과도한 음주ㆍ흡연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질산염 화합물이 포함된 가공된 햄이나 소시지류, 짠 음식, 저 비타민 식이, 과도한 술ㆍ담배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젊은 환자는 국가 조기 검진 대상자가 아니거나 40세 이상으로 조기 검진 대상이어도 내시경을 시행하지 않을 때가 많고, 자신의 증상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 위암이 진행된 후에 진단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가족력이 있거나 소화기계 증상이 발생했을 때 조기 검진하는 게 도움이 된다. 조기 검진으로 전이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발견되면 젊은 환자의 경우 기본 체력이 좋으므로 제때 치료하면 고령층보다 암을 이겨낼 가능성이 커진다.”

-위염이 악화되면 위암으로 진행되나.

“위암은 만성 위염이나 위축성 위염에서 암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 또한 헬리코 박터균 감염은 위암 발생을 높이기에 이들 질병을 조기 치료하는 것이 위암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다양한 요인으로 위 점막이 얇아지면 위장이 위축되기 쉽고 위장 손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며, 위 점막이 장 점막 형태로 변형되는 장상피화생 역시 동반되기 쉬워진다. 또한 무엇보다 위축성 위염 환자는 위암 발생률이 정상인보다 2~4배 정도 높아지기에 만성 위염이 있으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게 좋다.”

-위암을 조기 발견하려면.

“우리나라 위암 1, 2기 환자의 경우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80~90% 이상으로 높은 완치율을 보인다. 그러나 말기 위암의 5년 생존율은 10%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지므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조기에 위암을 진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소화기 질환은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쓴다면 조기 발견이 쉬우므로 건강한 몸 상태라도 정기적인 내시경검사가 필요하다. 단순한 복통이나 소화불량도 소홀히 여기지 말고 내시경검사로 정확한 원인을 가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는 위암 다빈도 발생 국가로 국가 암 검진 사업을 통해 40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2년에 한 번씩 위암의 조기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증상이 없는 초기 위암을 검진을 통해 진단하고 복강경 수술로 수술 후 통증을 줄이고 완치를 기대하는 것이 위암에 대처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다. 다만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증상이 있으면 40세 이전이라도 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위암을 예방하려면.

“흡연이나 평소 음식을 짜게 먹는 습관이 위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므로 가급적 삼가고, 이러한 습관을 가진 사람은 조기에 내시경검사를 하는 게 권장된다. 또한 음식을 싱겁게 먹고, 채소ㆍ과일을 많이 섭취하며 탄 음식이나 질산염 화합물이 포함된 음식을 삼가는 식습관을 갖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항산화제를 포함한 음식과 베타카로틴을 포함하고 있는 녹황색 채소의 복용이 위암의 발병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암 수술 환자는 식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음식을 보관하고 소화하는데 어렵기에 적은 양을 자주 먹는 게 권장된다. 특히 수술 초기에는 한 번에 종이컵 2분의 1 컵 정도의 죽을 하루 5~6회, 간식도 2~3회 나눠 먹는 게 좋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술 후 1년이 지나면 밥 1공기 정도는 소화할 수 있다.. 위 수술 후 초기에는 빠른 회복과 빈혈을 예방하려면 붉은색 육류를 주 3~4회 이상 적당히 섭취하는 게 좋다.

고기 섭취가 어렵다면 생선ㆍ두부ㆍ달걀ㆍ굴 등을 이용해 단백질 식품을 끼니마다 챙겨먹는 게 좋다. 과일은 잘 익은 과일로 먹어야 한다. 건포도나 곶감처럼 마른 과일류는 섬유질이 많아 소화가 잘 되지 않기에 피하고, 껍질이 있고 질긴 과일을 제외하고 딸기ㆍ사과ㆍ바나나ㆍ키위 등이 좋다. 지나치게 달거나 기름진 음식은 소화불량을 일으키므로 피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