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 오므라이스, 얼마나 알고 있나요

입력
2023.03.25 10:00
16면
<52> 오므라이스의 모든 것

편집자주

※이용재 음식평론가가 격주 토요일 흥미진진한 역사 속 식사 이야기를 통해 ‘식’의 역사(食史)를 새로 씁니다.

아는 것처럼 신나게 떠들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게 많다. 오므라이스도 그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17일, 국내 정상으로는 12년 만에 방일했다. '실무방문'이라 분류된 이번 방일에서 대통령이 오므라이스로 2차 만찬을 가질 예정이라는 뉴스가 나오자 인터넷이 달아올랐다. 다른 음식도 아니고 오므라이스라니! 만찬장인 렌가테이의 창업 연도인 1895년의 의미라든지 음식점의 수준과 격 등을 놓고 다들 설왕설래하는 걸 보며 나는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므라이스를 잘 알고 있기나 한 걸까? 그럼 다들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니, 그걸 어떻게 몰라? 그래봐야 계란에 볶음밥 아니냐고!

과연 그럴까? 배달앱을 켜 '오므라이스'를 검색해 보시라. 그다지 많은 선택지가 나오지 않는다. 기껏해야 분식집이나 중국집의 메뉴로 등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대체로 오므라이스를 내는 중국집을 제대로 된 곳이라 쳐주지 않는다. 그나마 이런 곳들을 제외하면 오므라이스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없다. 달리 말해 오므라이스는 현재 한국 식문화의 활발한 현역이라 할 수 없다. 일본이 지척이라 여행 통에 먹어 봤다면 모를까, 많은 이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오므라이스는 사실 낯선 음식일 가능성이 높다. 그저 계란과 볶음밥, 그리고 케첩이 낯익기에 그 조합인 오므라이스도 낯익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므라이스의 역사를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온갖 정치적인 함의를 놓고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행간까지 읽기 전에 음식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오믈렛의 기원과 역사

오므라이스의 역사를 살펴보려면 오믈렛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음식의 원형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별개의 음식으로 현역이며, 그 자체 또한 수많은 변종을 파생시켰기 때문이다. 오믈렛의 역사는 고대 페르시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헤더 안트 앤더슨의 저서 '아침 식사의 문화사'에 의하면 당시의 오믈렛은 이란의 허브계란말이 '쿠쿠 삽지'와 굉장히 흡사하다고 한다.

한편 현대까지 전해 내려오는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식 오믈렛의 역사는 단어(omelette)의 사용 시기를 감안한다면 16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비슷한 요리는 'alumelle' 또는 'alumete' 같은 명칭으로 1393년 기록에도 남아 있다. 오믈렛이라면 흔히 짠맛 위주의 아침 식사 메뉴를 떠올리기 쉽지만 프랑스는 물론 이탈리아에서도 설탕 위주의 단맛으로 꾸며진 디저트 오믈렛이 존재한다. 계란이 짠맛과 단맛 모두를 잘 받아들이기에 가능한 음식이다.

아무래도 가장 보편적인 식재료인 계란이기에 각 나라에서도 지역별로 많은 변주가 있기는 하지만, 서양의 오믈렛은 크게 프랑스식과 미국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약한 불에서 표면에 색이 안 나도록 계란을 익혀 원통형으로 말아 완성시키는 오믈렛이 프랑스식이고, 적당히 센 불에서 표면에 갈색이 나도록 계란을 익혀 만드는 게 미국식이다. 그 밖에도 팬에서 계란물을 뒤척이지 않고 굽듯 익히는 이탈리아의 오믈렛 프리타타(Frittata), 일본이나 미국으로 퍼져 나간 중국식의 부용단(芙蓉蛋)도 있다.

오므라이스의 탄생, 두 갈래의 기원설

대통령의 방일 덕분에 오믈렛의 역사 또한 조명을 받았지만 많은, 특히 대중 음식이 그렇듯 기원이 유일한 경우는 참으로 드물다. 오므라이스의 경우라면 기원설이 고작 두 갈래로 존재하니 다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첫 번째 기원설은 대통령의 방일 때문에 더 각광을 받게 된 렌가테이(煉瓦亭, 연와정)이다. '벽돌(煉瓦)로 지은 집(亭)'이라는 뜻의 렌가테이는 앞서 언급했듯 1895년에 문을 열어 4대째 영업하고 있으며, 오므라이스는 물론 돈가스의 발상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 경양식집이다.

렌가테이의 3대 사장인 기다 아키토시의 예전 인터뷰에 의하면, 오므라이스는 1900년 식당 종업원들의 식사로 개발됐다고 한다. 바삐 일하는 가운데 한 손으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으니, 계란물을 밥에 섞어 볶듯이 조리한 요리가 개발되었다. 그렇다, 원형이라 알려져 있는 렌가테이의 오므라이스는 별도로 계란 지단을 부쳐 밥을 둘러싸는 형식이 아닌, 둘을 같이 익힌 볶음밥에 더 가깝다.

밥이 완전히 에워싸일 정도로 계란을 풍성하게 쓴 볶음밥이라면 맛이 없을 수가 없으니, 곧 손님이 종업원 식사를 먹어보고 싶다고 요청했고 그렇게 렌가테이의 정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한편 렌가테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볶음밥과 계란지단의 오므라이스 또한 내고 있다. 기다 전 사장에 의하면, 이 형식의 오므라이스는 러일전쟁 직후인 1905년 이후에 등장했다고 한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남유럽 국적 선박에서 근무한 일본인 요리사들이 필래프나 리소토 등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렌가테이가 오므라이스의 기원설에서는 주도권을 잡고 있고, 적어도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방일로 입지가 더더욱 강화되었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음식이라면 도쿄에 절대 뒤지기 싫어하는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에도 오므라이스의 원조임을 주장하는 음식점이 있다. 바로 1922년에 문을 연 홋쿄쿠세이(北極星·북극성)이다. 개업 3년 차인 1925년, 위장이 좋지 않아 밥과 오믈렛만을 줄곧 먹는 손님이 있었다. 셰프가 그를 위해 볶음밥을 만들어 계란에 둘러싼 요리를 개발했으니 '오믈렛'과 '라이스(밥)'의 만남이라고 해서 '오므라이스'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어디가 진짜 원조든 오므라이스는 최소 100년의 세월 동안 건재했다.

담뽀뽀 오므라이스와 회오리 오므라이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또 다른 미식도시라 할 수 있는 고베에서 먹었던 것을 가장 인상적인 오므라이스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2010년이었는데 당시에는 오사카를 가면 고베에 들러 경양식집 '라미(L’Ami)'의 오므라이스를 먹는 게 일종의 유행이었다. 주인이자 셰프가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스의 팬인 것으로도 유명했던 라미의 오므라이스는 그때까지 알고 있었던 것과 달랐다. 계란 지단이 볶음밥을 감싸는 게 아니라, 조금 과장을 보태 정말 럭비공 크기만 한 오믈렛이 밥 위에 올라가는 형식이었다. 식탁에 오므라이스가 등장하면 나이프로 오믈렛을 반으로 갈라 부드럽다 못해 간신히 익었다고 할 수 있는, 그래서 엄청나게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나 밥과 어우러진다.

이처럼 계란이 완전히 주도권을 잡는 오므라이스는 '담뽀뽀 오므라이스'라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일본 영화 '담뽀뽀(1986)'에서 처음 등장했기 때문이다. 원래 담뽀뽀는 라멘 영화이지만 중간에 오므라이스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원래 셰프였던 거지가 소년과 함께 영업이 끝난 음식점의 주방에 들어가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준다. 계란을 반 가르면 봉긋하게 담은 밥 위에서 펼쳐지는 형국이 마치 담뽀뽀, 즉 민들레 같다고 해서 이름 붙은 이 오믈렛의 기원은 놀랍게도 영화 그 자체이다. 감독인 이타미 주조가 고안해내고 도쿄 니혼바시의 노포 양식 가게인 타이메이켄에서 만들었으니 오늘날까지도 '이타미 주조식 담뽀뽀 오므라이스'로 팔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각광받는 '회오리 오므라이스'가 있다. 계란물을 팬에 붓고 약한 불에서 가운데에 젓가락을 올려 서서히 말면 회오리와 같은 방사형의 결이 생긴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기원은 역시 일본 사이타마 모이야구의 '베니테이(紅亭·홍정)'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분명히 일본에서 개발된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한국이 기원인 것처럼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셰프스텝스(Chefsteps) 같은 미국 요리 사이트에서는 회오리 오므라이스를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의 길거리에서 오므라이스를 파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오므라이스의 교훈

갑자기 오므라이스가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물론 있다. 한국은 전반적인 차원에서 계란 선진국이라 보기 어렵다. 일단 계란 자체의 신선도가 많이 떨어지니, 심지어 산란 후 바로 유통하는 것을 사도 흰자는 묽고 노른자는 무너진다. 이런 계란이라면 맛이 있을 리 만무하니 오믈렛이든 오므라이스든 만들어도 고소한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왜 우리의 계란은 싱싱하지도, 맛이 있지도 않을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이다.

계란의 조리 또한 짚어볼 점이 많다. 오므라이스가 가시권에서 사라진 건 일종의 징후일 수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 식문화에서는 적절히, 그러니까 부드럽게 익힌 계란을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평양냉면의 삶은 계란을 생각해보자. 노른자가 퍽퍽하고 회색으로 황의 더께가 끼어 있기도 하다. 부침이나 찜 같은 음식 또한 대체로 너무 익혀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왜 계란을 이렇게 조리해 먹는 걸까? 이런 조리와 질감의 차이를 과연 문화적인 차이라 여기고 안심해도 되는 걸까? 우리가 그만큼 모르기 때문에 이것을 최선이라 여기고 만족하는 것은 아닐까? 오므라이스가 화제가 되었을 때 한 번쯤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