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기술업계의 가장 뜨거운 전쟁터인 생성형 인공지능(AI) 대전에 마침내 참전했다. 구글은 지난달 초 출시를 예고했던 AI 챗봇 바드(Bard)를 일반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하기 시작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바드는 오픈AI가 만든 챗GPT의 대항마 격으로, 구글은 이를 만들고도 꽁꽁 숨겨오다 챗GPT가 돌풍을 일으키자 부랴부랴 공개를 예고했다.
그러나 구글의 이날 공개는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구석이 많았다. 구글은 바드를 영어권인 미국과 영국에만 우선 출시했는데, 이마저도 전체 공개가 아니라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에 한해 순차적으로 접근권을 준다. 구글은 또 바드를 검색엔진 등 기존 서비스에 결합하지 않고 별도 웹페이지에 접속해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초 챗GPT의 AI 언어모델을 검색엔진 '빙'(Bing)에 바로 장착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다른 행보다.
생성 AI 경쟁에 나선 빅테크(주요 기술기업)들은 최근 부쩍 신중해졌다. 경쟁사에 뒤질세라 서비스 공개 계획을 발표를 하던 것과 달리, 막상 서비스를 출시한 뒤부터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이날 제한된 이용자에게만 바드를 반쪽 출시했을 뿐 아니라, 출시를 알리는 글에서 "바드는 결함이 없지 않다"고 했다. 테크업체가 신규 서비스나 제품을 출시하면서 결함 가능성을 미리 시인하는 건 이례적이다. 구글은 "바드는 부정확하거나 오해 소지가 있거나 잘못된 정보를 자신있게 제공할 수 있다"며 "키우기 쉬운 실내 식물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바드는 괜찮은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특정 식물의 학술적 이름을 잘못 말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실제 사례를 친절하게 소개하기까지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지난 16일 워드·엑셀 등 자사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생성 AI를 결합한다고 발표하면서 "실수할 때도 있고, 완벽하지 않다"고 했다.
구글, MS는 왜 이렇게 '겸손 모드'로 돌아선 것일까. 지금까지 AI가 내놓은 잘못된 답변 때문에 생겼던 논란을 의식한 결과로 읽힌다. 구글은 지난달 온라인에 바드 홍보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영상 속에서 바드가 오답을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가 10% 가까이 하락했다. MS의 빙 챗봇도 이용자와 대화 과정에서 "핵 암호를 훔치고 싶다"같은 부적절한 욕망을 드러내 물의를 빚었다. MS는 이후 빙의 대화당 문답 횟수를 5번으로 제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업체들이 AI의 실수 가능성을 이용자들에게 미리 알리는 건, 비슷한 논란이 생겼을 때 이용자와 책임을 나눠서 지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테크업계에선 각 AI 성능 자체엔 격차가 크지 않은만큼, 결정적 실수나 논란이 성패를 가를 수 있다고 본다.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어도비는 이날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생성 AI 도구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공개했다. 파이어플라이는 저작권이 없거나 사용이 허가된 이미지만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게 특징이다. 표절 가능성을 아예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