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예정지에서 황금박쥐로 불리는 멸종위기야생동물 Ⅰ급인 붉은박쥐가 발견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붉은박쥐 서식 여부가 포함돼 있지 않아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21일 국립생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9월 13~15일 경북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산1번지 인근에서 실시한 생태·자연도 등급 재평가를 위한 2차 현지 조사 과정에서 붉은박쥐를 발견했다.
천연기념물 제452호로 지정된 붉은박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관심 대상이다. 현재 충청, 전라, 경북, 제주에 약 50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영양군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자 측은 지난해 4월 일대 식생 보전 가치가 미흡하고,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양군에 생태·자연도 등급 수정 및 보완 신청을 하기 위한 현지 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사업자 측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 8월 국립생태원의 1차 현지 조사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인 삵과 하늘다람쥐에 이어 2차 현지 조사에서 붉은박쥐까지 서식하는 게 확인된 것이다.
붉은박쥐의 서식에 가장 큰 위협요인은 산림과 동굴 훼손이다. 국립생태원은 "최근 산림개발과 도로 건설로 인한 자연 동굴 및 폐광 파괴, 입구 폐쇄 등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의원실은 "캐나다 캘거리대학 연구를 보면 풍력발전기 회전날개 인근에는 높은 음압이 발생한다"며 "이 압력차를 모르고 접근하는 박쥐의 폐가 터져 죽는 등 풍력발전기가 박쥐 서식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확인된 바 있다"고 전했다.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은 2017년 대구지방환경청이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내면서 무산됐으나 지난해 8월 환경부로부터 '조건부 동의'를 얻으면서 실시계획 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은주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부실∙거짓 작성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환경부는 공동조사단을 꾸려 오는 4월 현장 조사를 하기로 했다. 조사단이 거짓·부실 작성된 정황을 확인하면 환경부는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를 열고 진위에 따라 재평가, 보완, 계속 진행 등 조치를 한다.
이은주 의원은 "현재 AWP풍력발전단지 사업 예정지에서 붉은박쥐가 처음 발견된 만큼, 붉은박쥐의 서식 환경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다음 달 중순 공동조사단의 현지 조사에서 붉은박쥐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분별한 풍력 저지 영양·영덕 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영양군에서 붉은박쥐를 처음 발견했음에도 추가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국립생태원의 저의가 의심된다"며 "붉은박쥐 서식지를 정밀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송재웅 대책위 사무국장은 "환경부가 이전에는 부동의하거나 반려했던 설악산 케이블카, 제주 제2공항, AWP영양풍력사업 등을 조건부 동의해주면서 이전에 부동의 했던 사유를 어떻게 해소했는지 제대로 밝히지는 못하고 있다"며 "사후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훼손한 후에는 실제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