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고객 홀대하진 않았나요?" 암행어사까지 보내는 미국

입력
2023.03.23 14:00
10면
[1000만 고령 고객, 매뉴얼이 없다 ③-2] 
미국·영국·호주 가이드라인 살펴보니

※ [1000만 고령고객, 매뉴얼이 없다 ③-1] 고령 손님 '할머니, 할아버지'보단 '이름+님'으로 불러주세요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빠른 고령화로 인해 고민에 빠진 건 한국뿐만이 아니다.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다른 선진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다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20세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가족 지원정책 등의 대응전략으로 고령화 속도를 늦추면서, 차근차근 고령 소비자 맞을 준비를 해왔다. 이들 국가의 선행 사례를 보면, 한국 정부와 기업이 초고령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고령 고객을 위한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2014년부터 '고령친화 도시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가 주거, 교통, 여가, 의료 등 전 분야에 걸쳐 고령자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어 보려는 움직임이다. 이달 기준으로 뉴욕·캘리포니아·매사추세츠 등 10개 주정부를 비롯해 734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AARP는 해당 지역에 고령자 전문가와 자원봉사자들을 파견, 고령자 친화적 제도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고령자를 응대하는 가이드라인도 '지역별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어르신 응대 교육 프로그램도 체계적이다. 가이드라인을 통과한 기업이나 기관은 '고령자친화인증'을 받고, 유리문 등에 이를 알리는 인증 스티커를 붙일 수 있다.

일리노이주 에반스턴의 경우 △과장된 표현을 쓰거나 가르치듯 말하지 않기 △연령과 관계없이 선호도를 존중하기 △휴식공간 설치 등 고령 고객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시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일반 고객으로 위장해 '암행어사'처럼 업체에 방문하기도 한다.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은 치매 고령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따로 적용한다.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1층 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층에 화장실을 설치한다'는 항목을 둬 어르신의 화장실 접근권을 보장하기도 한다.

영국과 호주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웨일스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60세 이상인 대표적인 고령화 지역이다. 웨일스 정부의 노인국(局)은 고령자가 방문하는 곳 어디에서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노인 카드'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트에 방문한 고령자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저는 숫자를 세는 데 오래 걸립니다'라고 적힌 자신의 카드를 점원에게 보여주면, 점원은 고객의 상태를 인지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식이다. 일부 오프라인 업체에서는 고령자의 쇼핑에 불편함이 없도록 일정 시간대를 정해 매장 내에서 음악 소리와 TV를 끄는 침묵의 시간(quiet hours) 제도를 운영한다. 호주 퀸즐랜드주 정부는 △사계절 내내 미끄럽지 않은 통로 △휠체어 높이에 어울리는 낮은 카운터 등의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3회> 어르신 고객, 이렇게 맞이합시다

▶고령 손님 '할머니, 할아버지'보단 '이름+님'으로 불러주세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31720480002707

▶지팡이 짚고 시장 걷다가 트럭 오면 '아찔'…고령친화상점 왜 안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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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기자
이현주 기자
윤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