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가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재정으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대위변제'하도록 법률까지 제정했다'고 주장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게 "예상이야 충분히 했지만, 이젠 가짜뉴스도 아니고 무식뉴스"라고 작심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김기현 대표 판사 출신 아닌가. 본인이 말하는 법률의 제1조 확인도 안 해보고 당시 법률이 '대위변제법률'이라고 이야기하면 어쩌나"라며 이같이 적었다.
임 변호사가 지적한 김 대표의 발언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다. 대위변제는 '민법에서, 채무자가 아닌 제3자 또는 공동 채무자 가운데 한 사람이 채무를 변제하였을 때 채권자의 채권이 그 사람에게로 넘어가는 일'을 뜻한다. 현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해법으로 내세운 '제3자 변제안'처럼, 노무현 대통령도 '대위변제' 방법을 차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셈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제3자 변제안과 대일 외교를 맹비판하는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 논리대로면 노 전 대통령은 일본의 하수인이라도 되는 거냐"며 "노 전 대통령이 하면 애국이고 윤석열 대통령이 하면 굴욕이라는 건 해괴망측한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임재성 변호사는 "(김 대표가 언급한 해당 법안은) 국가가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라며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소송의 근거인 손해배상채권을 소멸시키는 대위지급과 전혀 관련이 없다. 이 부분은 이미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도 분명히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2007년 10월 제정된 해당 법안 '태평양전쟁전후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에관한법률'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1965년에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과 관련하여 국가가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와 그 유족 등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 등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국민화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임 변호사는 "대위지급은 전혀 다른 것이고, 법률로서 대위지급의 모습을 가진 것은 '문희상안'"이라며 "변제가 이뤄지면 채권이 소멸된다. (따라서) 김 대표의 주장대로 2007년에 대위변제 법률이 만들어졌다면 피해자들이 다 패소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소한 사실로 싸우시라"며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