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은 어느새 다채로운 SUV들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도심형 SUV에 국한되지 않고 조금 더 강렬하고 대담한 느낌을 선사하는 여러 차량들이 등장하며 ‘오프로드’, 그리고 자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프로드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그리고 SUV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지프 역시 시장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실제 랭글러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도입하는 것 외에도 전동 방식의 오픈 톱 시스템을 더한 ‘파워 탑’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파워탑을 얹으며 ‘랭글러’의 매력을 강화한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은 어떤 매력과 가치를 선사할까?
브랜드가 공개한 제원에 따르면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은 기반이 되는 랭글러 고유의 체격을 드러낸다.
4,885mm에 이르는 전장과 각각 1,895mm 및 1,850mm의 전폭과 전고로 구성되었으며 특유의 ‘직선적인 모습’을 제시한다. 여기에 3,010mm의 휠베이스가 더해져 4도어 모델의 존재감을 제시한다. 여기에 2.0L 터보 엔진과 4WD 시스템, 그리고 경량화 구조를 갖춘 파워탑 등이 더해져 2,120kg의 공차중량을 갖췄다.
여전히 시선을 끄는 랭글러, 그리고 루비콘
솔직히 말해 랭글러는 그 자체로도 대중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한 차량이다.
특유의 대담함, 그리고 강렬한 존재감은 도로 위의 여느 차량과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여기에 다른 운전자들이 쉽게 탐내지 못할 활기찬 색상 역시 더욱 인상적이다. ‘오픈 톱’ 모델이 아닌 그 자체로도 충분한 매력을 뽐내는 것이다.
전면에는 ‘전쟁터에서 태어난’ 원류에 대한 헌사가 담겼다. 지프 고유의 세븐 슬론 프론트 그릴은 물론이고 오프로드 주행을 언제든 소화할 수 있는 바디킷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특히 클래식하면서도 최신의 헤드라이트 및 펜더 부분의 라이팅 유닛 등을 통해 시각적인 매력, 그리고 ‘최신의 감각’을 선사한다.
측면은 견고하고 다부진 차체에는 극한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보증하는 ‘트레일 레이티드’ 엠블럼과 루비콘 및 지프 레터링 등이 차량의 가치를 더한다. 여기에 17인치 휠, 터레인 타이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더불어 캔버스를 포개는 듯한 특유의 오픈 구조가 작지만 큰 변화를 도모해 차량의 즐거움을 더한다.
끝으로 후면은 지프 랭글러의 전형적인 모습을 답습한다. 명료하고 직선 중심의 트렁크 게이트와 외부로 돌출되어 있는 풀사이즈의 스페어 휠, 타이어는 물론이고 견인 고리 등이 오프로더의 가치를 명료히 제시한다.
랭글러의 가치를 잇는 공간
랭글러 자체가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춘 ‘원초적인 존재’라 실내 공간의 연출이나 소재의 활용에 있어 대중과의 시각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공간은 ‘고급스러움’ 보다는 오프로드 주행 성능 및 차량가치를 높이는 모습이다. 수직으로 세워진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등이 시선을 끈다. 대신 붉은색 패널, 그리고 붉은 스티치 등이 더해져 감각적인 매력을 더하고, 루비콘의 강렬함을 설명한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의 랭글러 대비 대대적인 발전을 이뤄낸 모습이지만, 시장의 다른 차량에 비한다면 여전히 투박하다. 그래도 구동 모드 레버나 기어 시프트 레버를 통해 ‘정통성’을 강조해 ‘특별함’은 도드라진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한글화 혜택을 받게 되었으며 각 패널에 자리한 버튼과 다이얼 또한 이전보다 더 높은 마감 품질과 소재의 만족감을 제시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투박한 고유의 멋은 또 충분히 살리고 있다.
다만 알찬 구성에 비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그래픽 연출 및 기능의 만족감, 그리고 사운드 시스템의 경쟁력은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이전 세대보다 더욱 큰 체격, 그리고 넉넉한 휠베이스를 갖고 있는 만큼 랭글러 루비콘의 실내 공간은 SUV의 전형적인 서 있는 듯한 시트 포지션을 기반으로 만족스러운 레그룸, 헤드룸을 제시한다. 더불어 ‘파워 탑’의 편안한 개방감 역시 함께 누릴 수 있다.
이어지는 2열 공간도 제 몫을 다한다. 실제 도어를 열면 제법 큰 체격과 전장, 휠베이스를 충분히 활용한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만족스러운 레그룸, 헤드룸을 맛볼 수 있다. 다만 시트의 형태, 편의성은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독특한 개방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랭글러 루비콘 파워 탑의 트렁크 게이트를 열면 넉넉한 적재 공간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브랜드가 밝힌 제원에 따르면 900L에 이르는 넉넉한 적재 공간으로 일상의 만족감을 더하고 2열 시트를 모두 접을 때에는 2,000L를 웃도는 여유를 자랑한다.
2.0L 터보 엔진으로 달리는 랭글러 루비콘 파워 탑
랭글러 루비콘 파워 탑의 보닛 아래에는 최신의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은 기존의 펜타스타 엔진을 대체하는 272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낸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가 조합되어 주행의 매력을 한껏 높인다. 여기에 락-트랙(Rock-Trac) 4WD 시스템 및 각종 오프로드 요소들이 더해진다.
이러한 구성을 바탕으로 랭글러 루비콘 파워 탑은 무대를 가리지 않은 견실한 주행을 뽐낸다. 다만 거대한 체격, 무게, 그리고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춘 만큼 7.4km/L(복합 기준, 도심 7.0km/L 고속 8.1km/L)의 효율성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여전히 즐거운 그 이름, 랭글러 루비콘 파워 탑
랭글러 루비콘 파워 탑을 충분히 둘러 본 후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랭글러 특유의 각진 구조, 그리고 높은 드라이빙 포지션이 ‘차량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여기에 넓은 시야는 오프로드 무대에서의 기대감을 더하고, 붉은색 스티치 등의 ‘연출’ 역시 만족스럽다.
세대 교체를 거치며 최신의 랭글러는 이전보다 정숙한 모습이지만 파워탑은 아쉬운 모습이다. 캔버스 톱 구조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링 소음이 크게 느껴져 적응할 때까지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은 준수한 가속 성능을 보인다. 엔진의 반응성, 그리고 출력 전개 등 전반적인 구성에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물론 파워트레인 구성 자체가 오프로드 주행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일상의 도로’를 달리기에도 큰 문제가 없다 생각됐다.
발진 가속 성능이나 추월 가속, 그리고 제한적이지만 고속 주행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V6 엔진의 선호도가 높지만 최신의 랭글러에 탑재된 2.0L 터보 엔진은 ‘펜타스타의 대체품’으로는 훌륭한 파워 유닛 및 파워트레인 구성이라 생각된다.
다만 질감에 있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래디얼 타이어가 장착된 오버랜드 트림과 달리 루비콘 사양에는 올 터레인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기에 ‘돌출된 트레드’ 구조가 주행 내내 실내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2.0L 터보 엔진에 합을 맞추는 8단 자동 변속기는 최신의 흐름을 잘 반영한 모습이다. 실제 주행 전반에 걸쳐 능숙한 변속 질감을 꾸준히 제시한다. 실제 시승을 하며 마주했던 여러 주행 환경에 알맞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수동으로 조작하는 구동 방식 설정은 ‘낭만’을 느끼게 한다.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변화도 클 뿐 아니라 ‘손 맛’도 탁월한 편이라 차량의 즐거움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이다.
앞서 설명한 올 터레인 타이어의 영향 외에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은 기본적으로 ‘오프로드’ 주행에 초점을 맞춘 차량인 만큼 세련되고, 편안한 승차감이 도드라지는 건 아니다.
이러한 전제를 갖고 시승을 해서 그럴까? 막상 도로 위를 달려보면 생각보다 좋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올 터레인 타이어의 도드라지는 질감이 꾸준히 이어지긴 하지만 전반적인 주행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전의 랭글러에 비한다면 차량을 다루는 것은 물론이고 노면에 대한 전반적인 대응 능력이 무척 쾌적하다는 느낌이다. 덕분에 ‘타이어의 질감’만 적응할 수 있다면 일상의 차량으로도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됐다.
물론 ‘쾌적하다’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다. 오프로드 무대에서는 그 누구보다 강력하고 탁월한 차량이지만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지하 주차장의 진입로나 유턴 구간 등과 같은 급작스럽게 큰 각도의 선회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게다가 절대적인 승차감이 최신의 경쟁자, 그리고 여러 차량들과 비교한다면 다소 투박하고 건조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든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용 범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장거리 주행, 장시간 주행에 있어서는 운전자는 물론 탑승자 모두가 부담스러울 수 있기에 랭글러와의 주행을 유지하기 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더욱 적합해 보였다.
더불어 파워탑 시스템을 통해 한층 쾌적한 주행을 누릴 수 있고, ‘외부의 바람’ 영향 없이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은 차량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부분이다. 실제 톱을 벗길 때에도 ‘주변 시선의 부담’이 덜하면서도 우수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점: 매력적인 외형과 실내 공간, 완성도 높은 오프로드 주행 성능
아쉬운점: 도심에서는 다소 투박한 차량의 움직임
여전히 매력적인 랭글러, 그리고 파워탑
개인적으로 오프로드 성향의 차량을 좋아하는 편이고, 또 때로는 포장된 도로를 벗어나 달리는 경험을 원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차량이 후보로 떠오른다. 그러나 여기에 ‘즐거움’까지 더한다면 랭글러 루비콘은 독보적인 차량일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숙성된 진한 매력, 그리고 최신의 기조를 반영한 다운사이징 터보 및 오픈 톱의 여유 등 랭글러는 지금도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