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경제난 겪은 인류 "여전히 행복해"...'이것' 때문이었다

입력
2023.03.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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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구, 2020~2022년 세계 행복도 조사
"재난 함께 견디는 '연대'를 행복으로 인식"
1위는 핀란드...한국, 137개국 중 57위 기록

‘팬데믹 3년’이 인류의 행복감에는 타격을 주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는 물론, 전염병이 창궐했던 3년간 지구촌을 뒤흔든 경기침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각 개인이 느낀 행복도는 팬데믹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각종 재난은 이타심, 공동체의식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삶에 대한 전 세계인의 자가진단을 토대로 한 세계행복보고서(WHR)에 담겨 있는 ‘작은 희망’의 메시지다.

팬데믹 3년, 국가별 행복도는 '그대로'...이타심은 늘었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방송 등은 20일(현지시간) “지난 3년간 인류는 재난에 굴하지 않고 여전히 행복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WHR의 세부 내용을 보도했다. WHR는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의 연간간행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직전 3년간 본인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조사한 뒤 그 평균값으로 국가별 행복도를 계산한다.

이번 조사는 137개국 약 10만 명에게 2020~2022년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선 국가별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기대수명 데이터를 산출하고, 설문 대상자에겐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사회적 지지(의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 △자비심(기부·봉사 경험) △자국 정부·기업의 부패 인식 정도 등에 대한 답변을 받아 각 나라의 평균적 삶의 질을 평가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최근 3년간 코로나19와 글로벌 경제 악화,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전쟁 등이 겹친 탓에 그 이전보다 행복도가 떨어질 것이라던 당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존 헬리웰 미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코로나 발발 이전 3년(2017~2019년)과 이후 3년(2020~2022년)의 국가별 평균 행복도는 큰 차이가 없다”며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비심’은 팬데믹 기간 중 늘어났다. 낯선 이를 돕고 자원봉사를 하거나, 자선 단체에 기부한 이들은 2017~2019년 대비 25%나 증가했다. 보고서는 격리 생활로 이웃의 소중함을 재발견하거나, 이타심을 직접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헬리웰 교수는 “조사 대상자의 80%는 ‘의지할 누군가가 있다’고 답했다”며 “어려운 시기에 의지할 수 있는 타인의 존재만으로 행복 효과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수준의 자비는 높은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팬데믹 재난은 인류가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다만 한계도 있다. 가디언은 “노숙자와 감호시설 수용자 등 코로나19 영향에 취약한 이들이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WHR 결과가 실제 현실보다 낙관적으로 나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침략 겪은 우크라이나, 역대 최대 기부·도움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행복도 조사 결과도 눈에 띄었다. 러시아의 침략을 겪은 2022년이 포함됐는데, 직전 3년인 2019~2021년 결과(5.084)에서 소폭 하락한 5.07을 기록한 것이다. 순위는 137개 국가 중 하위권(92위)이었으나, 연구진은 전쟁을 겪으며 우크라이나의 공동체 의식이 더 강화됐다고 봤다. 헬리웰 교수는 “자비심, 정부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전년 기록보다)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전쟁이 터진 해, 우크라이나의 ‘자비심’ 항목은 70%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2020~2022년 가장 행복도가 높은 국가는 핀란드(7.804)로,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최하위는 아프가니스탄(1.86)이었다. 한국은 5.95의 행복도를 기록해 57위에 오르며 코로나 직전 3년(5.87·61위)보다 상승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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