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365일에 딱 하루, 지구가 인류문명에서 비롯된 뜨거운 열기와 밝은 빛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한 시간이 생겼다. 바로 지구를 위해 전 세계 인류가 불을 끄는 '어스 아워(Earth Hour)'이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세계자연기금(WWF·World Wide Fund for Nature)이 진행하는 '어스 아워' 캠페인이 열리는 날이다. 이 날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의 이중적 비상상황에 직면한 지구를 위해 전 세계가 1시간 동안 불 끄기에 동참하는 날이다. 한 시간 동안이라도 전 인류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되새기고, 지구를 위한 실천을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진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사당과 서울 시내 숭례문 등 주요 랜드마크의 불이 꺼진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등 전 세계 2만여 개의 랜드마크들도 한 시간 불 끄기에 참여한다.
사실 이미 지구는 우리에게 위기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겨울 한반도를 강타했던 강추위도 그렇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찬 공기가 한반도에 유입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기준 1.1도 상승했으며, 폭염과 폭설 그리오 홍수 등의 이상기후가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에 맞춰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는 지난 반세기 동안 평균 69% 감소했다. 이러한 서식지 및 생물 다양성 감소는 생물종을 멸종위기에 빠지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식량, 물과 같은 기본적인 요소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7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의 마지노선을 지켜내고 자연이 회복할 수 있는 지구를 만들어낼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WWF는 지구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돕는 다양한 활동을 오래전부터 벌이고 있다. 그중 하나로 2030년까지 자연 손실을 막고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추세를 돌이켜 회복으로 전환하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Positive)'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곳곳 인류의 경제활동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자연과 관련돼 있다. 따라서 자연이 망가지면 곧 경제도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네이처 포지티브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중요한 목표인 것이다.
물론 1시간 소등 자체만으로는 이미 심각하게 진행된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을 막는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스 아워를 통해 전 세계 인류가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그에 대한 연대의식을 느끼고, 지구를 위해 우리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고 소중한 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