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12년 만의 '한일 정상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미국 국빈 방문을 예고하는 등 굵직한 이벤트를 선보였음에도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다.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수치가 '60%'에 달하자 위기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20일에도 방일 성과 홍보와 근로시간 개편 여론전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갤럽의 3월 3주(지난 14~16일 실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3%, 부정평가는 60%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대로 다시 올라선 것은 지난해 12월 2주(12월 6~8일 조사) 때 59%를 기록한 후 3개월 만이다. 당시 화물연대 파업에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3월 1주(2월 28~3월 2일) 조사에서 55%까지 떨어뜨렸던 부정평가가 다시 60%로 오른 것이다.
리얼미터의 지난 13~17일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60.4%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6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월 둘째 주(60.3%) 이후 5주 만이다.
대통령실의 공식입장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부정평가 60%'를 위기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 긍정평가의 경우 일부 등락 폭이 있다 하더라도 30%대 콘크리트 지지층은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는다. 반면 부정평가에는 중도·무당층 민심이 담겨 있는 만큼 국정운영 동력에 직격타가 될 수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부정평가가 60%를 넘어가는 건 중도층이 화가 단단히 났다는 뜻"이라며 "장기간 이어지면 각종 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고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실은 위기 원인을 크게 3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①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에 대한 여론 악화다.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지만, 당장 일본으로부터 성의 있는 호응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게 딜레마다.
②현재 주 52시간인 최대 근로 허용시간을 주 69시간으로 늘리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도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고용노동부의 입법예고 이후 논란이 커지자 모두 5차례나 개편 취지 설명 브리핑을 하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지지율 하락 추세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③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벌어진 대통령실의 개입 논란과 그 결과 출범한 '친윤 지도부'도 여론에는 부정적이었다. 실제로 한국갤럽 기준 국민의힘 지지율은 3월 1주 39%에서 3월 3주 34%로 윤 대통령과 동반 하락세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실이 '사전 여론수렴 없는 일방통행식 소통'으로 화를 자초한다고 보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일관계 정상화 목표만 신경 써 속도에만 올인하다가 스텝이 꼬여버린 것"이라며 "사전 여론 수렴 없이 사후 홍보에만 주력하는 일이 반복되니 국민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어느 것 하나 당장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일관계 정상화가 반일감정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추진에 따른 국내 비판 정서는 충분히 예상했으나 미래를 위해 내린 희생적 결단"이라며 "외교 성과는 이어지는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가시적 성과가 나오면 국민들이 더 높이 평가해 줄 것"이라고 했다. 근로시간 개편과 친윤 지도부 문제도 당정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문제라 대통령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우선 당정 간 사전 조율 기능을 강화해 불필요한 정책 논란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민생 정책 메시지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부정 여론을 개선하겠다는 생각이다. 고위 관계자는 "첫째도 둘째도 소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