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투트랙 외교' 실천, 일본의 담대한 화답 필요하다

입력
2023.03.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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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16일 정상회담으로 한일 관계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12년 만의 셔틀외교 복원으로 관계 정상화의 첫 단추를 끼운 것만으로도 의미가 매우 크다. 윤 대통령은 역대 정권이 구호로만 그쳤던 대일 관계 ‘투트랙 기조’를 실천했다. 과거사와 실질적 협력 사안을 분리대응하는 방침을 말한다. 양국 정상은 최근 막힌 장벽들을 걷어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대한국 수출규제를 4년 만에 해제했고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국) 배제 조치도 철회키로 했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했고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

한일 관계가 미래를 향한 출발점에 선 것은 과거에 발목 잡힌 채 방치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기대한 한국민의 마음은 크게 상처받았다. 기시다 총리는 “역사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엔 ‘과거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는다’는 아베 담화도 포함될 수 있다. 치밀하고 전략적인 일본의 외교 습성을 드러낸 처신이다. 오히려 위안부 합의 이행 및 독도 문제까지 제기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독도 문제는 대통령실이 “전혀 없었다"고 했지만, 혹여 의제로 등장했을 가능성 자체가 분노할 일이다.

한국의 통 큰 양보는 일본 사회가 평가하고 있다. “한국 내 반대 여론을 진정시킬지 불투명하다”(요미우리신문)고 우려할 정도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일본의 ‘호응’에 대한 한국 기자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을 앞두고 투트랙 외교가 유지되려면 일본의 태도가 중요해졌다. 강제징용 관련 일본 피고기업의 사죄나 기금 참여 여부는 계속 남게 됐다. 올여름 기시다 총리가 답방해 한국민의 환영 속에 셔틀외교 복원을 완결 지으려면 일본이 담대하고 성숙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