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만 고령고객, 매뉴얼이 없다 ②-2]
명품 매장 대신 어르신 신발 판매…일본 게이오백화점 1층은 한국과 달랐다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2007년 일본에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의 은퇴를 앞두고 우려와 희망이 교차했다. 800만 명에 달하는 단카이세대가 일시에 은퇴하면, 숙련 노동자가 급감하고 일손이 부족해져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걱정이 있었다.
한편에선 밝은 면도 강조했다. 이들의 퇴직금이 매년 4조 엔(현재 기준 약 40조 원)에 달할 것이며, 거액의 퇴직금이 소비시장에 흘러들어 내수가 진작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은행들은 앞다투어 단카이세대를 겨냥한 금융상품을 출시했고, 여행·레저·부동산·헬스케어 분야 마케팅도 활발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 시나리오'는 현실에 들어맞지 않았다. 우선 정부에서 단카이세대가 한꺼번에 실업자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정년 연장, 계속고용제도 도입 등의 방안을 강구했다. 퇴직금으로 소비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본격적인 은퇴금 수령이 시작된 2012년 즈음부터였다. 예측이 빗나감에 따라 '시니어 마켓'에 섣불리 진입하거나 선제 투자를 했던 기업들은 쓴 맛을 봐야 했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연구위원,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을 역임한 류재광 일본 간다외어대학 아시아언어학과 교수는 지난달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막연하게 시니어 마켓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 일본 기업들의 시행착오를 심층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일본 기업들이 섣불리 시니어 마켓에 뛰어든 요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일본이 참조할 만한 선행 사례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일본은 2006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데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 규모는 3,6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고령 인구가 크다"면서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규모가 매우 크다 보니, 선례로 삼을 국가가 없어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또 고령 인구를 세분화하지 않고 한 덩어리로 취급한 점도 패인이 됐다. 류 교수는 "고령 소비자 안에서도 소득 수준, 가치관, 생활 양식, 가족 구성 등이 매우 다르다"면서 "이에 따라 소비 성향도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기업이 구체적 시장 분석은 하지 않은 채 시니어 마켓의 파이가 커지는 것에만 주목했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국내 기업들 역시 섣불리 고령자 소비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선행 연구를 통해 '준비 운동'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현재 고령 소비자 고객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뛰어들면 투자 대비 효과가 적다"면서 "다만 현재 기업의 강점을 시니어 마켓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 선행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60대, 70대, 80대 이상 등으로 시장을 세분화하고, 이들 소비와 관련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만으로도 향후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2회> 일본은 어르신 고객이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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