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운명을 가를 31일 주주총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소액주주들도 바빠졌다. 이들은 새 대표이사(CEO) 후보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질 예정인데 전자투표를 통해 뜻이 같은 개미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16일 KT소액주주커뮤니티 대표 A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주총에서 CEO 선임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힌 주주는 1,700명 이상이고 주식수는 358만 주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들은 주주 1,000명, 주식수 500만 주(약 2% 지분율)를 모으겠다는 1차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자투표 참여 방법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서툰 솜씨지만 주주들이 직접 동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는데, 또 다른 형태의 소액주주 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A씨는 "KT 주주들은 50대 후반과 60대가 많다"면서 "직장이나 사업으로 직접 주총장에 나가기 어렵거나 전자투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한 표까지 모아서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주식수가 너무 작아 자신이 주주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사람들까지 동참 방법을 물어보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이번 전자투표는 30일까지 진행된다. KT전자투표율은 2021년 4.3%였지만 지난해 19.3%로 치솟았다. CEO 선임 건으로 소액주주들이 총결집하는 올해는 투표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4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의 표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선 정치권이 KT CEO 인선에 깊숙하게 개입하며 정치적 이슈로 변질된 부분도 있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공방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글래스루이스, ISS 등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관의 판단을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글래스루이스는 윤 사장 CEO 선임안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까지 모든 안건에 대한 찬성을 권고했다. 주요 KT 주주들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주주들이 우려할 만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곳은 기관투자가 1,300여 곳이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고 있다. ISS도 곧 관련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주주들 역시 전자투표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KT는 주총을 앞두고 여러 갈등 구도가 만들어지며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대주주와 소액주주들이 CEO 선임안을 두고 쪼개졌다. 10% 안팎 지분율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8%가량 지분을 보유한 현대자동차그룹, 약 5% 지분을 갖고 있는 신한은행 등은 모두 CEO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KT 주주 57%를 구성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찬성표를 준비하고 있다.
법적 다툼도 점입가경이다. 앞서 한 시민단체가 현직인 구현모 대표와 윤 사장을 상대로 일감 몰아주기, 비자금 형성 및 횡령, 향응접대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한 것. KT 측은 해당 의혹들을 모두 부인한 상태다. 하지만 검찰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빠르게 배당하며 수사에 나섰고, 곧 KT를 압수수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등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반격에 나섰다. 해당 시민단체를 허위사실 유포로 역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40대 주주는 커뮤니티에 "단체 통장을 만들어 변호사 상담 비용이나 법적 조치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비하자"며 "1만 원부터 자율로 입금한 뒤 변호사를 선임해 행동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