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꾹 누른 '좋아요'가 지구를 파괴한다고?

입력
2023.03.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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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평소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당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뉴스피드에 올라온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 영상을 보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응원과 지지의 뜻으로 '좋아요'를 누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툰베리의 메시지가 확산됐으면 하는 마음에 '공유'까지 완료했다. 괜한 쓰레기나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온라인 세상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지구에 '무해'하다고 굳게 믿으면서.

그러나 모든 '좋아요'는 환경에 유해하다. 휴양지에서 찍은 멋진 사진, 귀여운 고양이 영상, 혐오 정서 가득한 게시글 등 종류와 관계없이. 게다가 '물질적'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의 주장이다. 프랑스 언론인 기욤 피트롱이 쓴 이 책은 중국, 미국, 에스토니아, 스웨덴 등 4개 대륙을 누비며 2년 동안 반도체, 데이터센터, 로봇, 해저케이블 등 세계 디지털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그는 단언한다. "현재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디지털 세계는 대부분 지구를 구하거나 기후 위기를 타개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좋아요'라는 디지털 행위를 면밀히 들여다보자. 당신의 작은 클릭은 통신 사업자의 안테나를 거쳐 건물의 공유기를 통과해 행인의 발바닥 아래 도로 속에 파묻힌 구리관에 가닿는다. 그런 다음 전선을 타고서 해저케이블을 타고서 태평양 같은 망망대해를 건너 해외의 데이터센터에 도달한다. 그리고 이를 역으로 거슬러 상대방의 SNS에 반응한다. 눈 깜빡하면 이뤄지는 과정은 당연히 전력 등 지구의 자원을 소비한다. 책에 따르면, 디지털 산업의 전력 소비량은 해마다 5~7퍼센트씩 증가하는데, 이 추세로는 2025년엔 세계 전력 총생산량의 20퍼센트를 차지하게 된다.

환경을 위해 '페이퍼리스(종이 없는)' 회의를 열고, 종이책 대신 전자책으로 독서하며, 탄소발자국(개인 혹은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남기는 해외여행 대신 유튜브로 '랜선 여행'을 즐겼던 이라면 필경 책의 주장에 충격을 받았으리라. 지난 팬데믹이 가속화한 '초연결 사회'가 인류에 안긴 교훈이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 아니었던가.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는 '비대면성', 그리고 물질의 한계를 뛰어넘은 '탈물질성'을 오늘날 소비사회를 극복할 요소로 칭송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디지털'이 환경을 망친다니.

여기서 잠깐, '디지털'이 탈물질적이라는 편견부터 다시 점검해보자. 결국 '장비'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디지털은 물질을 떼놓고 결코 설명될 수 없으며 수많은 폐기물을 만들어낸다는 게 저자의 결론.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프로그램이 육중해지면서 지난 30년 동안 컴퓨터의 수명은 11년에서 4년으로 확 줄어들었다. 사용자는 대체로 2년에 한 번 최신 스마트폰을 교체한다. 그밖에도 서버, 안테나, 라우터, 와이파이 접속 단자 등 통신망을 구성하는 것은 어떠한가. 전자기기에 필수로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고, 비트코인 채굴이 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먹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설상가상 미중 경쟁이 심화하면서 디지털은 무역 버금가는 영유권 쟁탈 공간이 됐다. 2019년 중국은 미국기업의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를 모조리 중국 제품으로 대체했고, 미국은 2020년 국내 설치된 중국 기업의 통신, 카메라 설비를 폐기하고 대체하면서 방대한 폐기물이 발생했다. 이것이 '물질'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분당 페이스북 로그인 130만 회, 구글 검색 410만 건, 유튜브 동영상 시청 470만 회, 업로드되는 인스타그램 피드 60만4,444개… 디지털에 잠식된 현대 사회의 현실이다. 페이지를 덮고나서 개인은 지구를 위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력감에 빠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저자는 우리의 실존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자고 제안한다. 스마트폰 알람을 꺼두거나, 중독성 강한 앱을 지우는 것, 쌓인 이메일을 비우는 것에서부터 내가 만드는 일상적 탄소발자국을 조금씩 줄일 수 있다. 간편한 '좋아요' 대신 친구를 직접 만나 표현하고 안아주는 건 어떨까. 우리가 실제로 살아갈 세상은 '디지털' 밖에 있을 테니.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