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용인시에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회도 국가전략산업 육성법안에 여야가 뜻을 모으며 화답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극적 합의를 이룬 것. 지난해 말부터 우여곡절을 겪어온 이 법안은 이달 중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졌다.
15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K칩스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크게 높아진다. 대기업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바뀐다. 직전 3년 동안 평균 투자 규모를 넘어선 투자액에 대한 추가 세금 인하율은 현재 3~4%인데, 올해에 한 해 10%로 올린다. 디스플레이와 백신, 이차전지 등도 같은 혜택을 받는다.
이 법안은 여야 대립 속에 좌초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9월 1일 기재부의 정부 입법 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는데, 대기업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사업에 투자할 경우 세액 공제율을 6%에서 8%로 올리는 내용이었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추가 공제율 확대 요구가 있었지만 기재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결국 12월 23일 정부 원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기업의 세금 혜택이 일부 늘어났지만 국민의힘 반도체 경쟁력강화 특별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부터 "대한민국 반도체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날을 세웠고, 여당 내에서도 추가 논의 요구가 일었다.
같은 달 30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나섰다. "기재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에 추가 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사실상 기재부를 질타한 것. 윤 대통령 지시를 받은 기재부는 올해 1월 19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반도체 투자세액 공제율을 8%에서 15%로, 중소기업 공제율을 16%에서 25%로 올리는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한발 나아갈 것 같았던 법안은 민주당 반대에 다시 가로막혔다. 2월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법안 논의가 시작됐지만 야당이 반도체 투자세액 공제율 상향이 자칫 대기업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공회전을 거듭하던 법안은 14일 민주당이 정부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입장을 바꾸면서 다시 물꼬가 트였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과 미국 반도체 지원법 대응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 국회는 16일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와 22일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합의 처리하고 30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