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삼성이 맞이한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는 줄이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15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5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경기침체,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고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된다"면서도 "삼성의 탄탄한 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경영전략을 설명한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모두가 힘들 때 혼자 잘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고금리 지속으로 실물경제 둔화에 따른 IT(정보기술) 시장의 수요 부진이 본격화했고,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인해 반도체 수요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반도체 부문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부장은 "삼성전자는 1990년대 반도체 구조조정과 2010년대 시장 부진 속에서 과감한 기술혁신과 투자로 업계를 주도하며 극복했다"면서 "올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 장기적 계획과 철저한 준비로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산업 성장 기회도 있다고 지목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회복 전까지 어떻게 버틸 것인지"를 묻는 주주의 질문에 그는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고성능 CPU(중앙처리장치)가 출시되고 메타버스와 자율주행 등의 신사업이 있어 메모리반도체의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회장도 생성형 AI '챗GPT'를 언급하면서 "미래 반도체 수요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에는 지난해 스마트폰 갤럭시S22 성능 문제로 불거진 'GOS 사태'와 같은 눈에 띄는 악재는 없었다. 이날 참석한 주주 수는 600여 명으로, 900여 명이 참석한 2021년, 1,600명이 몰렸던 지난해에 비해 적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으로 인한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주주들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한 주주는 "10만 원대에 주식을 샀는데 지금 6만 원 턱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재무제표와 이사 보수한도를 승인하고 한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도 97.54% 찬성으로 가결했다. 삼성전자는 주주 환원을 위해 2022년 기준 연간 9조8,000억 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주총 전부터 업계 내외에서 관심을 모았던, 미등기이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재용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이번 주총에 상정되지 않았다. 한 부회장은 이에 대한 질문에 "이 회장의 재선임 안건은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삼성SDI도 이날 주총을 열었다. 삼성전기는 금융위원장을 지낸 최종구 라이나전성기재단 이사장을, 삼성SDI는 환경 전문가인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