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소방시설 의무화되나... 동물보호법∙소방시설법 개정안 발의

입력
2023.03.15 11:18
본보 화재 시 동물보호 위한 장치 필요 지적 이후 
윤관석 의원 동물보호법·소방시설법 개정안 대표 발의


동·식물원과 동물·식물 관련 시설에 스프링클러와 비상경보 등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화재 시 동물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본보 2월 10일 보도)에 따른 것이다. (☞관련기사: 동물원에는 소방시설 필요 없다? "화재 시 동물도 보호해주세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과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에는 경북 구미시의 한 놀이공원 동물전시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토끼, 앵무새 등 100여 마리가 죽었고, 이달에는 강원 철원군의 개 사육장에서 불이 나 개 100마리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농장동물이 사는 축사에서도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대부분 살아남지 못한다.

하지만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의 화재 피해 예방을 위한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 않고, 소방시설법 시행령 역시 동·식물원과 동물·식물 관련 시설을 소방시설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해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동물보호법상 동물의 적정한 사육·관리 조항에 △동물의 안전한 대피에 필요한 조치 △화재 발생에 대비해 소화기구의 비치 또는 소방에 필요한 설비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방시설법 개정안은 동·식물원과 동물·식물 관련 시설에 △스프링클러 설비 △비상경보 설비 △자동화재탐지 설비 △자동화재속보 설비를 화재안전기준에 부합되도록 설치·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소방시설법 개정안에는 축사 내 소방시설을 설치할 경우 분뇨, 습기 등으로 설비가 부식돼 오래 사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소방청의 의견을 수렴해 축사는 소방시설 설치 의무에서 제외했다.

윤관석 의원은 "화재로 인한 동물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고, 화재가 발생하면 동물들은 대피가 불가능해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다"며 "관련 시설에 소방시설의 설치 의무를 부여해 화재를 조기 진압, 모든 생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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