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에 막대한 특혜다.”(장혜영 정의당 의원)
“국민에 혜택이 돌아간다.”(기획재정부)
반도체 산업 세제 지원 강화가 주요 목적인 정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로 이달 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시민사회의 반대는 여전하다. ①투자 유인 효과가 있는지 ②삼성 등 대기업 특혜는 아닌지 ③정부가 강조하는 재정 건전성에 해롭지는 않은지 등이 쟁점이다.
포문은 시민단체와 연합한 정의당이 열었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의원이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함께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했고, 발표자는 한결같이 정부의 세금 감면안을 공격했다. 공교롭게 다음 날인 14일 기재부가 언론에 배포한 참고용 자료 ‘반도체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특법 개정 필요성’에는 이에 대한 반박이 담겨 있었다.
정부 개정안이 취지대로 기업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부터 의견이 엇갈린다.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은 이미 계획된 투자에 세금 혜택을 주는 꼴”이라고, 박용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은 이미 사내유보금이 많아 투자 유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각각 지적했다.
정부 생각은 다르다. 기재부는 “올해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 역대 최고 수준인 만큼 비싼 조달 비용과 불투명한 단기 전망 때문에 투자 실행을 망설이는 기업에 결정적 투자 유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경제 안보로 포장된 대기업 대상 부당 특혜’라는 것은 공세를 펴는 측의 핵심 주장이다. 박 소장은 “(세금 감면이 아니면) 중소기업 등에 쓸 수 있었던 국가 재정을 대기업에 몰아주는 꼴”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세제 지원이 촉진한 대기업 설비 투자 확대는 반도체 소재ㆍ부품ㆍ장비 관련 중소ㆍ중견기업의 매출과 고용 증가로 이어지고, 산업 성장은 배당과 가격 인하, 임금 증가를 통해 주주ㆍ소비자ㆍ근로자 등 국민한테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게 정부 논리다.
감세가 타당한지도 논쟁거리다. 박 소장은 “재정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현재 여건에서 세수를 엄청나게 줄이는 감세 정책을 펴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기재부는 “세제 지원 확대에 따른 3조3,000억 원 규모의 세수 감소는 국세 증가율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하지 않고, 오히려 미래 세수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조특법 개정안은 이달 안에 여야 합의하에 처리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전향적 자세여서다. 세액공제율도 정부안에서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상향된다.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10%의 추가 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13일 업계 간담회 뒤 언론에 “정부안 범위 내에서 (공제율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