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구속 사흘 만에 큰불까지…한국타이어 '악몽의 3월'

입력
2023.03.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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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회장 9일 배임·횡령 혐의 구속 이후 연이은 악재
물류창고 내 완제품 21만개 소실… "무기한 생산중단"
"불에 탄 물량보다 생산 차질 물량 피해가 더 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조현범 회장이 구속된 데 이어 대전공장 화재까지 겹치며 악몽의 3월을 겪고 있다. 회장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 속에 불이 난 대전공장 가동까지 무기한 중단되면서 한국타이어는 수출 및 내수용 제품 출하 차질과 함께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놓이게 됐다.

13일 한국타이어는 전날 오후 10시 9분쯤 대전 대덕구 목상동 대전2공장 내 가류공정(타이어 반제품을 성형한 뒤 열을 가해 찌는 공정)에서 난 불로 대전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화재로 대전공장 내 8만7,000여 제곱미터(㎡)가 탔고 물류동에 있던 완제품 타이어 약 21만 개가 소실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타이어는 9일 200억 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조 회장이 구속된 지 사흘 만에 큰불까지 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①화재로 약 21만 개의 타이어 완제품과 공장 설비가 큰 지장을 받았고 ②생산 중단 결정에 따른 하루 4만5,000개 출하 차질이 예상되고 ③회장 공백으로 인한 의사 결정 및 신사업 추진도 제 속도를 못 낼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업계 안팎에선 ④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해부터 게릴라 파업을 하고 있는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와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한 점도 큰 숙제로 꼽힌다.

대전공장 대형 화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에도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 물류창고 화재로 18만3,000여 개의 타이어가 탔다. 당시 피해액은 66억 원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생산 라인까지 불에 탄 데다 타서 없어진 타이어 수량 또한 이전보다 많아 피해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전공장은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까지 4개 손해보험사에 총 1조7,031억 원 규모의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해 있어 보험사로부터 피해 액의 일정 부분을 보전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는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한 뒤 국내외 다른 생산 거점으로 물량을 분산해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계획이다. 대전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65%가 수출되고 35%만 국내 완성차 업계에 공급되는데, 인근 충남 금산공장은 물론 중국 세 곳과 미국·헝가리·인도네시아 등 해외 생산거점 생산량을 조절해 최대한 공급 물량을 맞추겠다는 게 한국타이어 측 설명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미 불에 탄 물량보다 앞으로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이라며 "경영진을 포함한 임직원이 사고 수습 및 복구를 서둘러서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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