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비원이 4일 동안 62시간 연속 근무를 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주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3일 성명서를 내고 “오늘 한겨레 신문에 4일 내내 62시간을 일하다 돌아가신 경비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보도됐다”며 “한 해에 과로사로 생을 마감하는 노동자가 최근 5년 평균 500명이 넘어가는 현실을 알고도 정부는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과로사를 조장하는 노동시간 개악 안을 예고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지하 사무실에서 일하던 빌딩 관리업체 소속 보안팀장 이모(49)씨가 쓰러진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 8일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전해졌다. 팀장인 이씨는 보안대원들의 퇴사로 생긴 결원을 메우려고 지난 5일 오후부터 62시간 연속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성명서에서 “정부는 휴게 시간 없는 주 64시간과 11시간 휴게가 있는 주 69시간 가운데 선택을 주장하지만 이는 거짓”이라며 “정부의 안대로 하면 주 80.5시간을 넘어 그 이상의 노동이 가능해지고, 이와 연계되어 노동자의 수입은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안을 연간 단위로 적용해 환산하면 수당의 30%가 삭감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결국 이는 누구의 이익으로 돌아가는가”라고 되물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는 정부 측 논리도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지난해 휴가 관련 갑질 제보 229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 가까운 96건(41.9%)이 '연차 휴가 제한'에 관한 것이었다. 연차 휴가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데도 상사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 등이었다.
제보 중에는 “상사가 연차 신청을 반려하길래 왜 연차를 쓸 수 없느냐고 묻자 ‘안마를 해보라’고 했다”는 황당한 사연도 있었다. 제보자는 상사와 다투고 싶지 않아 안마를 해줬지만 상사는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짜증을 냈고, 결국 연차 휴가를 포기했다고 한다.
직장갑질119는 "대다수 노동자가 연차 휴가를 쓰고 싶을 때 쓰지 못한다"며 "하루 휴가도 눈치 보이는데 한 달 장기휴가를 어떻게 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법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할 때 몰아서 노동자를 쓸 수 있는 '과로사 조장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