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다큐멘터리가 일을 냈다. 지금까지 '사이버지옥' '레인코트 킬러' 등 범죄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들이 시청자들을 만났으나 반짝 화제성에 그쳤다. 반면 '나는 신이다'는 높은 화제성을 이끌며 공익적 가치를 입증했다. 국내 다큐에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지난 3일 공개된 '나는 신이다'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자신을 신이라고 부른 4명의 사람과 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8부작 다큐멘터리다. 스스로를 신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네 명의 사람,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비극을 냉철하고 면밀한 시선으로 살펴본다. 'JMS, 신의 신부들'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이에 연예계에도 불똥이 떨어진 상황이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에 대한 실체가 폭로되면서 일부 스타들에게 사이비 종교 신자라는 의혹이 일었다. 앞서 그룹 DKZ 멤버 경윤의 부모가 JMS 신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소속사 동요엔터테인먼트는 "경윤은 방송 내용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가족들이 운영하던 업체는 즉시 영업을 중지함과 동시에 특정 단체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확인해 탈교 및 향후 어떠한 관련도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윤 역시 팬카페에 글을 올리고 사과했다.
색출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배우 강지섭이 지난해 한 관찰 예능에서 집을 공개했다가 특정 예수 그림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조명돼 JMS 신도로 지목됐다. 의혹이 짙어지자 강지섭은 자신의 SNS를 통해 "추악한 일이 있었음을 인지하기도 전에 나왔다"고 해명했다. 스스로가 피해자라고 밝힌 강지섭은 "그들의 사악한 행동을 알게 된 후, 순수한 마음에 함께 했던 분들이 피해를 입지 않길 바랬고 걱정했다"며 "다시 한번 아픔을 갖게 된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했다.
이 밖에도 김도형 단국대 교수가 한 생방송에 출연해 "정명석을 비호하는 사람이 멀리 있지 않다. KBS에도 있다. KBS PD도 현직 신도"라고 주장해 KBS 측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나는 신이다'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중이다. OTT 통합검색 및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에 따르면 '나는 신이다'가 OTT 통합 콘텐츠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사이비 종교의 악행이 단순히 다큐멘터리로만 조명되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서 주목받은 결과다.
특히 예능, 영화,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가 톱10 부문에 올랐기 때문에 더욱 값진 성적이다. 'PD수첩' 'DMZ 더 와일드' '휴먼다큐사랑' 등으로 노하우를 쌓은 조성현 PD의 저널리즘이 함께 주목을 받았다.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사실을 고스란히 전달하면서 모두가 비극적인 사건을 알게 됐다.
연출을 맡은 조성현 PD는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 사회가 종교에 대해 너무 방관자적 입장을 취했다는 생각이 든다. JMS 탈퇴자들이 모인 카페에서 '다큐멘터리를 보고 빠져나왔다'는 글을 봤다. 종교 단체 내에서도 동요가 있다는 이야기"라면서 보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이비 종교의 범죄 행위를 공론화한 '나는 신이다'의 선한 영향력이 입증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