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갈아탈 때 기존 DSR 적용, 타행 아닌 자행만 가능"

입력
2023.03.12 16:00
2일부터 DSR 규제 일부 완화 조치
"규정 꼼꼼히 안 보면 오해할 수도"

직장인 A씨는 이달 2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금융위원회가 연초 업무보고에서 밝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대환 시 기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조치가 이날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2020년 2금융권에서 받은 만기 30년짜리 주담대의 이자 부담을 낮추고자 은행 문을 두드렸으나 DSR 규제에 발목을 잡혔던 A씨는 이번 조치를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그러나 은행을 방문한 A씨는 이번에도 퇴짜를 맞았다. 은행 직원은 "해당 조치는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금융회사(자행)에서만 적용 가능하고, 다른 금융회사(타행)에서 받은 대출은 현재 규제 수준의 DSR이 적용된다"고 답변했다. 즉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갈아타는 것은 물론, 1금융권이라고 하더라도 대출받은 회사가 다르면 기존 DSR이 아닌 현재 시점의 DSR을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A씨는 "허술한 정책을 내놓고 규제 완화를 외치는 정부가 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과연 그럴까. 당국이 지난달 10일 공고한 감독규정 개정안을 살펴봤다. 별표인 '주택 관련 담보대출 등에 대한 리스크관리 기준'에 "'해당 은행'이 취급한 기존 주담대를 증액 없이 대환·재약정하는 경우, DSR의 적용을 제외할 수 있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이번 조치는 자행만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자들이 감독 규정을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번 조치가 예외적·한시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환도 새로운 대출이기에 DSR 심사 등을 거치는 게 원칙이지만, 자행 주담대의 경우 예외적으로 내년 3월 말까지만 기존 대출의 연장선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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