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재추천돼 연임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언급 여파로 사외이사진이 대폭 물갈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해졌다.
12일까지 공시된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의 주주총회 안건을 보면, 후보에 오른 사외이사 25명 중 18명(72%)이 연임 대상자다. 신한금융은 추천된 8명 모두, 하나금융에서는 8명 중 6명이 재추천 후보다. KB금융은 6명 중 3명, 우리금융은 3명 중 1명이 연임을 앞두고 있다. 과거 사례에 비춰 보면 연임 안건이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1월 30일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라는 화두를 던지며 금융지주의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 구성을 주문했다. 이후 금융지주 이사회가 경영진의 장기 집권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따랐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대부분 회장·사장추천위원회를 겸하기 때문에 경영진이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앉히면 3, 4연임도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은 짧게는 2연임, 길게는 4연임을 거듭하며 6~10년씩 수장 자리를 꿰찼다.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인 견제와 감시보다 '거수기'라는 지적이 부각됐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기관주주서비스(ISS)도 국내 금융지주 사외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ISS는 최근 발표한 금융지주 주총 보고서에서 신한금융 사외이사진에 관해 "조용병 회장이 채용비리로 최종 무죄를 받긴 했으나, 첫 기소와 1심 유죄 판결 당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연임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 연임 후보인 정찬형 사외이사에 대해선, 손태승 회장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건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하나금융 사외이사진의 경우 함영주 회장이 DLF 사건으로 중징계를 받고 행정소송 중인데도 함 회장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남는 데 찬성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