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아 있는 '경우의 수'... 대표팀에 필요한 '중.꺾.마' 정신

입력
2023.03.11 10:45
호주·일본에 연패 당하며 B조 최하위
8강 진출하려면 남은 경기 모두 승리하고
세 팀 2승2패 물리거나 호주 3패 기대해야

한국 야구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호주와 일본에 잇달아 패하며 사실상 1라운드 탈락이 유력해졌다. 그러나 아직 실낱 같은 희망은 남아 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B조 2차전에서 일본에 4-13으로 대패했다. 전날 호주와의 경기에서도 7-8로 진 대표팀은 조 최하위인 5위로 떨어졌다. 중국 역시 2패를 당했지만 팀 실점(한국 21, 중국 16)에서 한국이 뒤진다. 현재 1위는 일본(2승)이 자리하고 있고, 아직 한 경기씩만을 치른 호주(1승)와 체코(1승)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번 대회는 각 조에서 2위 팀까지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일본보다 전력상 열세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2위로 8강에 오르는 게 현실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호주에 예상외의 일격을 당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자력으로 조 2위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도 아직 ‘경우의 수’는 남아 있다. 전제조건은 한국이 남은 두 경기(체코·중국전)에서 모두 승리해야 한다. 이후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가장 큰 변수는 호주와 체코의 맞대결이다. 객관적 전력상 호주는 중국에 이기고 일본에 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호주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체코전 직전까지 2승1패를 기록하게 된다.

이미 중국에 1승을 거둔 체코가 한국과 일본에 지면 호주전 직전까지 1승 2패가 된다. 만약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체코가 호주를 잡아준다면, 한국, 체코, 호주는 모두 2승2패로 맞물린다.

WBC 조별리그 순위는 승률→승자승→팀 최소 실점→팀 최소 자책점→팀 타율→추첨 순으로 결정된다. 세 팀이 2승2패로 맞물리게 되면 승자승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팀 실점으로 8강 진출 여부를 가린다. 물론 이때도 한국이 불리하다. 한국은 호주, 일본전에서 이미 21실점을 내줬다. 남은 체코, 중국전에서 실점을 최소한으로 막고, 호주와 체코가 난타전을 벌여 대량실점을 해야만 작은 기회라도 노려볼 수 있다.

일본이 4승을 거두고 호주가 3패를 해 한국이 조 2위로 2라운드에 진출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일본, 중국, 체코가 모두 호주를 잡을 확률은 매우 낮다.

냉정하게 보면 한국 대표팀의 8강 진출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어찌됐든 아직 경기는 남아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보여준 ‘중.꺽.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신’이 야구 대표팀에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박주희 기자